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알렉산드리아.J.래브넬 지음/ 김고명 옮김/ 롤러코스터 펴냄
"100년 전 금지된 고용노예. 플랫폼 노동자의 현실이다."
뉴욕에서 우버 기사로 일하고 있는 대학생 바란(28)은 우버에서 연결해준 렌트카 회사에서 주당 400달러에 차를 빌려 운행한다. 일주일에 사흘을 일해야 비용을 벌 수 있고, 이후에 버는 돈은 비로소 그의 몫으로 돌아온다. 일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을 두고 그는 마치 과거 미국으로 건너오기 위해 비용을 제공받고 정해진 기간동안 노예로 일하는 '고용노예'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공유경제, 장밋빛 전망의 그늘
공유경제를 내건 플랫폼 업체들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중심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누구의 지시도 받지 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자유롭게 일하라"며 노동자를 플랫폼 경제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정작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로서 노동자의 복지도, 자영업자의 자유도 보장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신간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의 저자이자 사회학자가 에어비앤비(숙박), 우버(교통), 태스크래빗(심부름), 키친서핑(출장 요리) 등 공유경제 노동자 약 80명을 인터뷰해 공유경제 산업의 파괴적 결과물,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삶 등 공유경제의 모순에 대해 고발하는 책이다. 저자는 "플랫폼 경제는 초기 산업사회와 유사한 형태를 보여준다"며 "노동자들은 장시간을 일하고도 시간이 아닌 생산량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고 산업 안전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으며 산업재해에 대해 보상받을 길도 없다"고 역설한다.
지금까지 공유경제를 다룬 책은 플랫폼 서비스로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사회학자로서 플랫폼 노동자를 중심에 둔 비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들은 노조를 만들 수 있는가, 산업재해 대비책이 있는가, 실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는 않는가 등의 질문들은 플랫폼 경제로 하여금 고민할 지점을 짚어준다. 특히 저자가 2030세대 노동자의 사연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는 앱 기반의 플랫폼 경제가 밀레니얼 세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돼있는데, 노동자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노동의 비정규화라는 큰 흐름에서 공유경제가 위험과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을 논하는 3, 4장이 책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공유경제…자본의 새로운 수탈 방식
공유경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기업은 아무런 책임이나 의무도 지지 않고 1만명의 노동자를 단기간 고용할 수 있지만, 일이 끝나면 노동자는 증발하고 만다. 이처럼 임시 고용, 적시 일정 관리(필요한 시점에만 노동자를 호출하는 방식), 대량 정리해고를 모두 채택한 공유경제는 저비용으로 자기 착취를 유도하는 자본의 새로운 수탈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이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할 권리가 없으며,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조차 요구할 수 없으며 온갖 차별과 성희롱, 언어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이에 저자는 공유경제가 혁신이란 미명하에 지난 수 세대 동안 쌓아 올린 노동자 보호장치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노동자 착취가 만연했던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유경제는 진보가 아닌 퇴보다.
나아가 공유경제는 일자리의 계층화를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고도의 자본과 기술을 갖춘 노동자에게 공유경제는 탄력성, 선택권, 통제권이 보장되는 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만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노동자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이들은 앱을 통해 저수준 노동에 종사하며 위치추적 서비스로 감시를 당하고, 아무리 어려운 일도 거절하기 힘들고, 화장실에 갈 자유도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 심부름 서비스 '태스크 래빗'에서 일한 사라는 진흙에 오물투성이인 마약굴 같은 아파트를 청소한 경험을 언급하며 자신은 '화장실까지 깨끗하게 청소해드릴게요'라는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노동의 비정규화를 촉진하고, 위험은 모두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나아가 노동을 계층화하고 차별을 부추긴 결과로 벌어들인 경제적 이익 대부분은 플랫폼 기업에게 돌아간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을 꼬집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공유경제의 달콤한 꼬임에 수많은 노동자가 더 비참한 노동 환경에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해법을 모색한다. 이 책의 결론에 해당하는 마지막 장은 공유경제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에게 생활 임금, 복지 혜택, 보호장치 등을 제공하는 기업을 소개한다. 392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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