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미중의 대립과 한국의 슬기로운 선택

입력 2020-05-25 15:30:00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중국은 1978년에 경제적으로 개혁개방을 추진한 이후, 일본과 한국 등이 앞서 겪은 고도성장을 경험하면서 2010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정치적 자유의 확대, 인권의 신장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처럼 보인다.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태도는 국제적으로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소련의 붕괴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를 완성한 미국은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가 달성된다고 믿어왔고, 그 믿음은 경제성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한국, 타이완 등에서 확인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을 환영하고, 경제성장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왔다. 그러나 최근 자신들이 믿었고, 확인된 사실 즉 시장이 경제성장을, 경제성장이 정치적 자유의 확대로 이어지는 필연성이 중국에서는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회의를 갖기 시작하였다. 이 같은 회의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의 미중 무역전쟁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 MIT의 오터 교수가 중심이 된 연구팀이 발견한 미국 제조업 종사자 수 감소의 4분의 1이 중국 제품과의 경쟁으로 설명된다는 사실도 있지만, 인공지능, 5G, SNS, 로봇, 자동운전, 사물인터넷(IoT) 등의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혁명에서 미국과 유일하게 경쟁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실 1978년 이후의 중국 개혁개방정책에 따른 공업화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체제의 일부로 편입하는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국가 간의 경제적 관계가 더 긴밀해져서, 각 나라가 자신의 비교우위를 살려 생산공정을 특화하고, 생산물을 중간재로 수출입을 하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이 형성, 심화되어 갔다.


대표적인 예로 애플사의 iPhone을 들 수 있다. 애플사는 생산공장을 직접 가지지 않고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과 판매 전략만을 담당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부품을 조달, 중국에서 조립생산해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의해 생성된 부가가치는 참여국들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가치사슬의 상류에 있는 미국이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가고, 한국과 일본이 그다음을, 중국에 주어지는 부가가치는 아주 적다. 핸드폰뿐만 아니라 옷, 신발, 가방 등도 선진국 기업들이 이처럼 생산공정을 여러 나라로 나누고 가치사슬을 연결하여 생산 판매를 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가치사슬 중 부가가치가 낮은 하류의 생산공정 대부분을 담당하면서 규모의 경제 이익을 취하고, 해외직접투자 유치와 기술이전을 통해 세계의 공장으로서 지위를 확립,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전체 수입의 40% 정도를 기계와 수송설비가, 10% 정도를 화학제품이 차지할 정도로 수출을 위해 필요한 생산설비와 부품을 대량으로 수입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덕분에 2003년부터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으로 바뀌었고, 한국의 제조업은 크게 성장했으며, 2011년에 무역규모는 1조달러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공업화를 추진할 때 나라를 개방해서 자유무역 체제의 일원으로 참가한 반면에, 디지털 혁명에 관해서는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서 폐쇄적인 노선을 견지하여 인공지능, 5G, SNS, 전기 자동차, 자동운전 등에서 미국과 다른 독자적인 규격으로 혁신을 이루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지식재산권과 기술 유출 방지를 강화하면서 패권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압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코로나19가 2002년에 발생한 사스 때와는 달리 팬데믹이 되면서, 미국은 중국 힘의 원천인 글로벌 가치사슬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옛 속담처럼 우리에게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에 경도되지 않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으며, 전 세계 시장으로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쪽을 선택하는 슬기로움이 있기를 바란다.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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