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주문 전화 한 통 받지 못했습니다."
15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1지구. 2대째 수의를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는 장영기(66) 개풍상회 대표는 "경자년(庚子年)인 2020년 올해는 윤년으로, 오는 23일부터 윤달이 시작되지만 , 정작 수의 매장은 한산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대표는 "전통적인 장례 문화가 점점 변화하면서 맞춤식 수의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보니 60년간 이어 온 가업마저 업종 변경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윤달 특수'는 옛말"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서문시장 1지구 등에는 50여 곳의 수의 전문 매장이 있었다. 지금은 줄고 줄어 20여 곳도 채 남지 않았다. 수의 매장이 모여있는 1지구 북·동편 거리에는 이날 노점상에서 국수 등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정작 수의를 찾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실 지난 윤년이었던 2017년까지만 해도 줄곧 손님의 발길이 닿았던 곳이 이곳 서문시장 수의 매장 거리이다. 윤달이 되면 주문이 밀려 들어오기도 했다. 이른바 '손 없는 달'인 이 기간 동안은 귀신이 활동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와 주문이 늘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장례 절차가 간소화되고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를 통해 수의 등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어 직접 발품을 팔거나 맞춤 수의를 주문하는 사람이 급격히 줄었다.
맞춤 수의는 예로부터 영남지방은 명주, 윗쪽지방은 삼배를 이용해 대부분 만들어 왔다. 각 가정마다 다를 수 있지만, 수의는 겉옷(심의)부터 중치막, 저고리, 속적삼 등 10여 개에서 20여 개 등의 다양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장영기 대표는 "사실 매출도 매출이지만 과거부터 내려오던 장례풍습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정말 안타깝다"며 "조금만 관심을 갖고 마음만 먹는다면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을 효와 사랑으로 모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생을 마치며 마지막 떠나시는 길을 위한 옷을 정성스럽게 마련해 드리는 것은 고인을 편히 보내드릴 수 있도록 예를 갖추는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예전에는 수의를 먼저 맞춰두면 오히려 오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생전에 수의를 마련해 두기도 했다"며 "하지만 보관이 어려운 데다, 화장 문화가 확산하면서 미리 준비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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