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윤미향, 최저임금 받고 강연비 전액 기부"

입력 2020-05-11 15:56:18

'정의연 이사 자녀에 장학금' 논란에 "여성운동 헌신한 활동가 자녀"
"2015년 한일 합의 사전에 몰라…영수증 세부 내역 공개는 너무 가혹"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부금 관련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부금 관련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회계 투명성 논란에 휩싸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가 11일 "지난 30년간 피해자와 활동가들이 일구고 쌓아온 세계사적 인권운동을 훼손할 수 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의연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주장으로 촉발된 기부금 집행 투명성 논란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최근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 관련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정의연 관계자들은 기자회견 도중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을 보이는가 하면 일부 기자와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부금 사용처 관련 일부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추가 검증 필요성만 남겼다.

◆정의연 실행이사 출신 자녀가 '김복동 장학금' 받아

앞서 일부 언론은 정의연 이사 자녀가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조의금 등으로 조성한 장학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정의연 측은 장학금 수령인이 정의연 실행이사 출신의 여성운동 활동가 자녀로, 지급 명목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김복동 할머니가 평소 쌍용차 해고 노동자나 재일조선 학생들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과 연대했다"며 "할머니가 '공부하고 싶었지만 못했다'는 말씀도 하셔서 장례에 사용하고 남은 기금을 11개 시민사회여성단체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김복동 장학금'은 당초 10명의 학생에게 주려고 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신청해 25명에게 200만원씩 총 5천만원을 지급하게 됐다고 한다. 그 중 1명이 '정의연 이사'가 아닌 '정의연 실행이사를 하다 그만둔 분'이라는 설명이다.

정의연 측은 "단순히 정대협(정의연 전신) 활동만 한 게 아니라 여성운동에 굉장히 오랜 기간 헌신한 활동가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부금 관련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부금 관련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미향, 정의연 기부금 사적으로 안 써…급여도 최저임금 조금 웃돌아"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의 딸이 미국 대학에서 비싼 학비를 내며 유학 중인 점도 의문을 낳았다. 그가 정의연 기부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았다.

정의연 측은 윤 당선인의 이사장 시절 급여 등 질문에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활동에 비해 턱없이 적은 돈을 임금도 아닌 '활동비' 명목으로 받았고, 숱한 강연에서 받은 비용도 정의연에 기부해 왔다는 것이다.

정의연 관계자는 "초기 교통비를 지급하다가 나중에는 '활동비'라고 부르는 급여를 지급했다"며 "밤낮없이 국내외로 뛰어 (고생을) 돈으로 따질 수 없는데도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의 (활동비를) 받았다. 굉장히 적은 인건비로 30년 간 활동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주말을 포함해 전국을 다니며 한 수많은 강연에서 받은 금액 전액을 정의연에 기부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연이 윤 당선인의 남편이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사에 돈을 주고 광고를 실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홍보비를) 지출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윤 당선인의 딸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피아노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장학금을 주는 대학을 찾아서 갔다"고 밝혔다.

◆윤미향, 2015년 한일 합의 내용 사전에 알았나

윤 이사장은 2015년 12월 28일 발표된 한일 양국 간 위안부 관련 합의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외교부로부터 일본 정부가 한일 합의에 따라 위로금 명목으로 10억엔(약 110억원)을 출연할 것이라는 내용을 미리 전달받고도 합의 직전까지 몰랐다는 듯 이후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했다는 것.

이에 정의연 관계자는 "외교부가 정대협이나 '나눔의 집'(위안부 할머니 후원 시설)에 정례적으로 와서 인사를 했지만, 구체적으로 (일본과) 고위급 협의에서 어떤 논의를 했는지 말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정의연이 내용을 파악한 시점 대해서는 "발표 전부터 기사에 나왔다. 따로 인지하지 못했다. 언론 보도를 본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정의연 측은 "그 해 12월 24일 일본 언론에서 관련 보도가 나와 외교부에 확인을 요청했더니 당시 동북아국장이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 정부를 믿으라'고 회신한 것으로 안다"며 "12월 28일까지 우리가 갖고 있던 정보는 일본 언론에 나온 정도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부금 관련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부금 관련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회계 표기 부정확 사과…"기부금은 투명하게 집행"

정의연은 회계 투명성 논란과 관련해 일부 표기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정의연이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명세서를 보면 기부금 개별 지출 항목 수혜 인원으로 '99명', '999명', '9천999명'이 반복해 등장한다.

정의연 관계자는 "데이터를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해 사과드린다. 부족한 인력으로 일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이 있어 실무적으로 그렇게 편의적으로 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일각 의혹과 달리 기부금을 투명하게 집행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정의연 측은 2017~2019년 3년간 기부수입 총 22억1천900여만원의 41%인 9억1천100여만원을 피해자지원사업비로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정의연은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만이 피해자 지원사업은 아니다. 지원사업은 건강치료지원, 인권·명예회복 활동 지원, 정기방문, 외출동행, 정서적 안정 지원, 쉼터 운영 등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수증 세부 내용을 공개하라는 일부 언론의 요구에는 "우리도 인권이 있는 사람들이다. 너무 가혹하다"고 반발하면서도 "연대하고 함께해준 분들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드린 것 같아 최대한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답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명세서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숫자가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지원사업비로 집행했다는 41% 이외의 기부수입을 어디에 썼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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