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 10년] <하>사회 구성원 모두 찾는 도심으로

입력 2020-04-29 16:51:43 수정 2020-04-29 19:41:39

쪼개진 남-북 상권…"전연령 아우르는 콘텐츠 부족"
서울, 금요일 오후 2시~일요일 오후 10시 '차 없는 거리' 운영
턱 없애기 등 사회 구성원 모두 걷기 편한 도심 만들어야

대구시가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사이 1.05km 구간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한 지 10년이 지났다. 27일 중구 반월당네거리에서 대구역 방향으로 바라 본 대중교통전용지구.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시가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사이 1.05km 구간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한 지 10년이 지났다. 27일 중구 반월당네거리에서 대구역 방향으로 바라 본 대중교통전용지구.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009년 대구에서 처음 도입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이후 서울과 부산 등 타 시도까지 확산되는 등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그러나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10년에도 일부 상권은 여전히 젊은층이 외면하고 있어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서울과 부산의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대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살펴봤다.

◆타 지역으로 확산된 대중교통전용지구

대구가 시작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현재 경기도 수원시, 제주도 등에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을 만큼 관심은 여전하다. 이미 대구를 벤치마킹해 최근 시도한 서울과 부산에서는 청출어람의 시도도 나와 대구가 이들을 눈여겨봐야할 정도에 이르렀다.

서울도시철도 2호선 신촌역~연세대 정문 550m 구간은 2014년부터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인접해 있고 연세대, 서강대 등 대학 3곳이 가까이 있어 늘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대학가답게 일대는 대형약국, 서점, 고시원 등 병원·학교 상권이 혼재돼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보도에 노점상을 없앤 대구와 달리 이곳에서는 서대문구청의 승인을 받은 노점상에서 먹거리, 양말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서울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매주 차도, 보도 전체가 젊은층을 위한 행사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게 특징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 곳곳에는 야외무대 및 음악감상 공간과 실내 버스킹 공간이 마련돼 있다.

부산은 도시철도 2호선 서면역, 전포역 인근 총 740m 구간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운영 중이다. 우선 부산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인근 상인들의 요구를 수용해 오전 7~9시, 오후 5시~7시30분 시간대에만 승용차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1천36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와 고등학교가 대중교통전용지구 차도 변에 있어 대구만큼 인파가 밀집한 도심은 아니었기에 가능해 보였다.

부산의 경우 인접한 관광지를 떠올릴 수 있는 경관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도에 놓인 배전반에는 인근 '전포 카페거리'를 알리는 커피콩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근대산업유산 추억 길'이 어딘지 알려주는 표지판이 버스정류장에 설치돼 있다. 또 보도 곳곳에는 공유 전동 킥보드도 있다. 전동 킥보드를 이용해 골목 곳곳으로 이동하는 방문객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젊은층 유도가 관건

보행 환경이 개선되면서 도심에 활력이 생겼지만 일부 상권에 유동인구가 집중된 점은 여전히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젊은층을 유인할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특히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구간 중 국채보상로를 기준으로 북측 상권(중앙네거리~대구역네거리)은 상권 분위기가 비교적 침체된 편이다.

도심 유동인구가 반월당네거리~중앙네거리 일대에 집중된다는 사실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통신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거주 및 유동인구를 집계하는 대구시의 '서비스 인구 분석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채보상로 기준 북측 상권(33만4천829명)은 남측(89만1천723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인도뿐 아니라 좌우 100m 구간까지의 서비스 인구를 분석한 결과였다.

중앙네거리~대구역네거리 구간은 젊은층 비중이 낮은 대신 60대의 비중이 높았다. 대구백화점으로 대표되는 남측 상권의 서비스 인구는 20대 비중이 36.9%로 가장 높았지만, 경상감영공원으로 대표되는 북측 상권은 60대가 25.1%로 가장 높았다. 이곳의 20대 서비스 인구는 21%에 그쳤다.

이헌용 향촌동수제화협회장은 "이 일대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과거 향수를 찾아오는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젊은층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점이 많이 들어서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도심을 다닐 때 불편을 겪지 않도록 경관과 디자인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는 "보행자들이 북쪽의 '올드타운'과 남쪽의 '뉴타운'을 쉽게 오가도록 보행을 방해하는 조경이나 높은 턱을 없애는 등 장애인, 노인 등 모든 이들의 보행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선욱 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버스, 오토바이 과속과 관련한 시민들의 불만이 높은 만큼 경찰에 협조를 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앞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운영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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