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불 현장의 몰지각한 구경꾼들을 개탄한다

입력 2020-04-29 06:30:00

경북지역 최대 규모의 산불이 안동에서 발생해 큰 피해를 남기고 진화된 가운데 지난 26일 산불이 발생한 안동시 남후면 인근에서 불 구경꾼들이 길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있다. 독자 제공
경북지역 최대 규모의 산불이 안동에서 발생해 큰 피해를 남기고 진화된 가운데 지난 26일 산불이 발생한 안동시 남후면 인근에서 불 구경꾼들이 길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있다. 독자 제공

안동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로 임야 800㏊가량이 잿더미가 되었다. 축구장 면적의 1천 배가 넘는 산림이 사라진 것이다. 주택과 창고와 축사가 불타고 1천200여 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그나마 인명 피해가 없었고 인근에 있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등이 건재한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산불 진화를 위해 헬기 32대가 동원되고 3천7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되었다.

이 경황 중에도 일부 구경꾼들은 산불을 즐겼다. 혼잡한 도로에 무단 정차를 하거나 횡단을 일삼으며 화재 진압 차량과 산불 진화 인력의 현장 출입을 방해했다. 산불 광경 사진을 찍거나 헬기가 물 뿌리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어 SNS로 중계하기 위해서였다. 도로건 교량이건 닥치는 대로 점령한 채 멋진 장면을 찾는데만 관심이 있었다.

이 때문에 산불 진화가 늦어지고 주민 대피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화재 진압도 화급한 상황에 구경꾼 통제에 인력을 낭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주민 피난 행렬과 구경꾼이 겹치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안동시가 불구경 자제를 당부하는 안내 방송과 문자까지 내보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반면 옷과 신발이 녹아내릴 정도로 산불 현장을 누빈 봉사자들도 있었다. 소방대원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거나 간식을 전달하는 따뜻한 마음씨들도 많았다. 인근 지역인 청송군 공무원 60여 명은 휴일조차 잊은 채 안동 산불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들은 진화 인력이 절실할 때 찾아와서 해가 질 때까지 잔불 정리를 했다.

재난 현장에서 드러난 극명한 세태의 명암에 주목한다. 이웃의 커다란 어려움에는 방관자로 일관하며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서는 어떠한 언행도 서슴지 않는 무리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진일보를 저해하면서 그 발전의 혜택에는 무임승차하려는 자들이 많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국가의 재난 상황이자 이웃의 피해 현장을 즐기며 구경만 하다온 사람들에게 반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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