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파고를 넘자] 대구 섬유패션업계 "수출 사실상 제로"

입력 2020-04-26 16:58:06

대구TP 조사 결과 1분기 매출 50% 이상 줄었다는 곳 47.6%
반려동물 의류 등 제품군 넓히려는 시도도

섬유패션업종은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24일 대구 서구 한 원단제조업체 공장이 멈춰선 모습. 박상구 기자
섬유패션업종은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24일 대구 서구 한 원단제조업체 공장이 멈춰선 모습. 박상구 기자

지난 24일 방문한 대구 서구의 원단 생산업체 A사 공장은 불이 꺼진 채 비어있었다. 사무실 직원 몇 명만 출근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생산직 근로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A사는 지난달부터 일주일 중 화~목요일 오후 6시까지만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지역 섬유패션업계…코로나發 수출 타격

A사 측은 현재 공장 가동률이 평년의 20~30% 수준이라고 했다. 이 회사 대표는 "망고, H&M 등 유럽 SPA 브랜드로 가는 물량이 많은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기존 수출 계약이 잠정 중단 상태이고 신규 계약도 없다. 당장은 상황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어 "매출이 70~80% 줄어든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변에 공장을 내놓을까 고민하는 대표들이 많고, (나도)상반기까지 버텨보고 폐업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원단업체들이 공장을 멈춰세운 가운데 지역 영세 봉제업체들이 겪는 어려움도 깊어지고 있다. 대구 사업체기초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5인 미만 지역 봉제업체는 1천424곳에 달한다. 사실상 자영업 수준 규모로 운영되는 이들 업체들은 불황에 버틸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대구 서구 지역 봉제업체 대표 최모(59) 씨는 "가족 3명과 아르바이트생 한 명으로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은 혼자 사무실에 출근해 전화만 받는다. 제품 발주가 전혀 없다"며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데 벌이가 없으니 막막하다. 원래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공무원 공부를 하라고 시켰다"고 말했다.

매년 새 디자인의 의류를 만들고 국내외 패션쇼에서 옷을 공개해 판매하는 패션업계도 코로나19로 매출이 완전히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2, 3월과 9, 10월이 패션쇼가 가장 많이 열리는 시기인데 이미 2, 3월 패션쇼는 전부 취소됐고 가을에도 행사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패션쇼에서 만난 중국이나 유럽 바이어로부터 나오는 매출이 많은데 패션쇼 취소로 피해가 크다. 국내 백화점 손님이 급감한 점도 악재"라고 말했다.

대구 섬유패션업종은 이번 코로나19로 피해를 가장 많이 본 업종으로 꼽힌다. 대구테크노파크가 최근 지역 기업 20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섬유업종은 대구 주요 10개 업종 중 피해 정도가 큰 편이다.

해당 조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활동 피해 정도를 묻는 문항에 '아주 심각'으로 답한 비중이 48.0%로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았다. 1분기 매출 감소 규모가 50% 이상이라고 답한 비중도 47.6%에 달해 전체 업종 평균(26.7%)보다 높았다. 섬유업계 피해 원인으로는 주문감소와 판매 부진을 꼽은 곳이 32.9%로 가장 많았다.

대구 섬유업종은 미국과 유럽, 중동 등 주요 국가로의 수출이 완전히 막히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섬유업계가 대중국 방역용품 수출 등으로 전년 대비 수출량이 오히려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부진이 두드러진다. 대구본부세관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섬유·피혁기계와 합성섬유 수출은 전년 대비 각각 19.4%, 6.1% 감소했다.

◆지원 소외감 호소…반려동물 용품 등 영역 확장 시도

업계에서는 섬유패션업종에 대한 정부·지자체 지원이 사실상 전무하다며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반도체나 자동차부품업종이 어려울 때는 정부가 수천억원을 투입해 지원하면서 섬유업계가 어려울 때는 별다른 도움이 없다. 매출 부진의 이유가 섬유업종의 잘못이 아닌데도 지원 대상에서 빠져있다"며 "업체 대부분이 올해 상반기를 넘기기도 어려울 만큼 힘든 상황이다. 섬유업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매출 회복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업체도 있다. 대구 여성복 브랜드 이즈딥은 내달 중 반려동물 의류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2014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코로나19에도 오히려 반려동물 용품 판매량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오픈마켓 G9에 따르면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26일까지 반려동물용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6% 증가했다.

한현재 이즈딥 대표는 "코로나19로 매출이 많이 줄면서 새로운 매출 확보를 위해 반려동물 의류라는 아이템을 떠올리게 됐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업종 전환이라기보다는 여성복을 메인으로 하되 제품군을 넓힌다는 개념에서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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