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 쓰고 버려지는" 투표소 비닐장갑, 대구서만 280만개

입력 2020-04-13 17:53:22 수정 2020-04-13 21:06:46

코로나19 예방 위한다지만…'남용' 우려도
환경단체 "손씻기와 손소독제로 대체해야"
중대본 "투표 시에는 일회용 장갑 사용이 안전"

지난 주말 사전투표가 있은 한 주민센터에서 사용된 일회용 비닐장갑이 쓰레기 봉투에 담겨 있다. 독자 제공
지난 주말 사전투표가 있은 한 주민센터에서 사용된 일회용 비닐장갑이 쓰레기 봉투에 담겨 있다. 독자 제공

총선 사전투표일이던 지난 11일 대구 동구의 한 주민센터. 손 소독을 마친 유권자들은 일회용 비닐 위생장갑을 받아 끼고 투표소에 들어가야 했다. 예외는 없었다. 투표소 출구에는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비닐 위생장갑 수백 개가 포대자루에 수북하게 쌓였다.

이날 투표소를 찾은 한 주민은 "쓰레기 문제 때문에 개인 장갑을 챙겨갔는데 그 위에 또 비닐 위생장갑을 끼라고 해서 황당했다"며 "무분별하게 쓰레기가 양산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위생장갑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하지만 개인 장갑 착용이나 충분한 손 소독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게 환경단체 등의 지적이다. 일회용 비닐 위생장갑은 자연 분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대구에서만 280만 장의 비닐 위생장갑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사전투표 기간에만 위생장갑 79만2천 장이 사용됐고, 15일 본 투표 땐 199만6천여장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대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숙자 대구환경교육센터 사무처장은 "투표 대기 동선을 화장실과 맞춰 손을 씻고 바로 들어가도록 하는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여러 사람의 손이 닿는 기표 용구 등이 감염원이 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면 손 소독과 위생장갑 착용은 필수"라며 "개인 장갑의 경우 깨끗한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질병관리본부 권고에 따라 일회용 위생장갑을 착용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투표소 감염예방수칙에 따르면 모든 유권자는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손세정제로 손을 닦은 뒤 투표소에서 나눠주는 비닐 위생장갑을 끼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투표를 끝낸 뒤 위생장갑은 곧장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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