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혜성과 바이러스

입력 2020-04-07 06:30:00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살다 보니 코로나19 발원지가 '우주'라는 황당 주장까지 본다. 최근 일부 중국 언론은 "지난해 10월 중국 상공에서 폭발한 운석이 추락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져온 것일 수 있다"는 기사를 냈다. 혹세무민도 정도껏인데, 빌미가 된 것은 영국 웨일즈대학의 위크라마싱헤 교수다. 그는 지난달 18일 "지구 가까이 지나는 혜성의 우주먼지에 독감 바이러스나 DNA 분자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혜성은 긴 타원형 궤도로 태양을 공전하는 천체다. 최근의 잇따른 탐사 결과 혜성에는 물과 무기물, 유기물질 등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지구의 생명체가 혜성에 실려서 유입됐다는 이론도 있다. 설령 그렇다 해도 한 학자의 원론적 주장을 끌어다가 코로나19 책임을 혜성 탓으로 돌리는 중국의 태도에 말문이 막힌다.

요즘 사람들이야 혜성이 다가오면 천문쇼를 보게 됐다며 열광하지만 예전에는 안 그랬다. 옛사람들은 신이 지상의 인류에게 벌을 내리기 위해 혜성을 보낸다고 믿었다. 특히나 낮에도 보일 정도로 밝은 혜성의 등장은 자연재해, 전쟁, 기근, 역병의 징조였다.

옛사람들이 봤다면 공포에 질릴 만큼 밝은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고 있다. 아틀라스(ATLAS)라고 이름 붙여진 혜성이다. 공전 주기가 6천 년으로, 6천 년 만에 다가오는 진객(珍客)이다. 현재 지구-화성 궤도 사이에 있는데 5월 23일 지구에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 다가오고 5월 31일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가 태양계 외곽으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아틀라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계산대로라면 5월 중순 이후 -5등급까지 밝아진다. -7~-9등급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천문학자들도 있다. 지금 밤하늘에서 압도적으로 빛나는 금성의 밝기가 -2.5등급이란 점을 감안하면 아틀라스 혜성은 초승달 밝기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4월 하순쯤이면 우리나라에서도 북쪽 하늘에서 길게 꼬리를 늘어뜨린 녹색빛의 아틀라스 혜성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 5월 하순쯤에는 낮에도 보일 정도로 밝아진다. 별똥별(유성)을 보면서 그러듯이 이참에 아틀라스 혜성을 보면서 소원을 빌어보는 것이 어떨까. 코로나19로 비롯된 지구촌 근심 걱정 좀 가져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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