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경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조사관
인간이 존엄하기 위해서는 양도할 수 없는 인간의 권리들이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수많은 권리들이 인간을 존엄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교육받을 권리', '노동할 권리',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러한 권리 실현을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참정권의 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1789년 인권 역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 대혁명은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을 만들어내고,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에 대해 찬양했다. 프랑스 대혁명으로부터 시작한 시민들의 권리 찾기는 참정권을 통해 실현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혁명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여성 참여가 가능한 보통선거는 1946년에야 실현됐다. 자유민주주의의 수호꾼을 자처하는 미국은 1984년 미시시피에서 여성 보통선거에 관한 법을 인정했다. 평등하고 보편적인 참정권이 확보되기까지 걸린 시간에 비해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과정이었다.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기도 하고, 각종 테러에 목숨을 위협당하기도 했다. 이유는 투표하게 해달라는 것뿐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라는 이름으로 신대륙으로 건너와 노예해방이 공식적으로 선언되고도 100년이 지나 흑인들은 참정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수많은 이들이 산 채로 불에 타 죽고, 맞아 죽고 법 앞에서 총에 맞아 쓰러져가며 이루어낸 것이다.
참정권이 뭐라고 누군가는 달라고 목숨을 걸고, 혁명을 한다. 또 누군가는 그걸 안 주려고 그렇게 애를 쓴다. 대한민국이 1948년 정부 수립과 동시에 해방이 온 것처럼 선물 같은 참정권을 성별과 신분에 상관없이 누릴 수 있었기에 우리에게는 좀 낯선 참정권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다.
우리는 4월 15일,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바꾼 아름답고 고귀한 참정권을 행사하기로 되어 있다. 학교가 멈추고 노동이 멈추고 꽃놀이가 멈추어 있는 지금이지만 선거는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시민들은 다른 소중한 권리를 유보하고 있는 중이다.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조금 유보했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도 행사를 멈추고 있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노동할 권리의 제한도 받아들이고 있다. 그 모든 것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존을 위한 시민 스스로의 성숙한 결정인 것이다.
유보하는 것은 그 권리를 포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를 공동체의 공존과 공익을 위해 잠시 멈추어 두고 나중에 모든 이들이 함께 제대로 누리자는 의도이다. 일부 재외공관에서 선거는 중지되었다. 자가 격리자들이나 확진자들, 혹은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힘들거나 두려운 자들에게도 참정권은 현재 제한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천재지변을 이유로 개인에게서 참정권을 박탈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권리를 유보했듯이 선거를 잠시 유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우리 공직선거법 제196조에 의하면 총선의 경우, 천재지변이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선거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에는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누군가에게 투표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교육의 권리도, 이동의 자유도, 종교의 자유도 유보되는 지금이다. 우리 모두는 참정권의 소중함을 너무나 절실하게 알고 있다. 그렇기에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획득한 소중한 참정권은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어느 권력이 아닌 최대의 시민들을 위해 보편적으로 제대로 행사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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