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격무 소식에 복귀 결심…간호 생활 10년보다 각별한 경험
하루 20-30명 돌봐…위험수당 근로조건에 관심을
지난달 5일부터 대구의료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서효정(36) 간호사는 대구의료원에 자원봉사 온 첫 날을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그는 "땀이 난 손으로 격리병동 문고리를 쥐었다가 간신히 문을 열었다"고 했다.
포항의료원과 대구의료원을 거쳐 10년간 간호사 생활을 한 뒤 병원 현장을 떠나 있었던 서 간호사는 지난달 다시 간호복을 찾아 입었다. 거창한 사명감에 등 떠밀려 자원 봉사에 손을 든 것은 아니었다. 의료진이 격무에 시달린다는 말이 대구의료원 옛 동료들의 근황으로 들렸다. 오히려 사명감보다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도 앞섰다고 한다.
지난달부터 이달 2일까지 28일간 그는 대구의료원에서 코로나19 환자 수백 명의 곁을 지켰다. 하루에 돌보는 환자만 해도 20~30명. 연일 늘어나는 확진자 수는 격리병동 간호사들이 눈을 맞추고 맥박을 짚어야 하는 환자 숫자였다.

그는 "지난달 초 병동에서 신천지 교인들을 진료했지만 막상 만나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40대~50대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었다"며 "병원 안에서는 신천지 교인들도 평범한 환자"라고 했다.
인지 능력이 와해된 제이미주병원 환자들은 코로나19에 걸린 지도 모른 채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4시간 넘게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위중해 보호자 연락을 취했지만 임종을 지킬 가족이 없는 무연고 환자도 있었다.
그는 "질병 이름도 모르고 세상을 떠나는 환자들이나 임종을 지킬 보호자가 없는 환자들을 보고 삶이란 무엇인가 허무해질 때도 있다"며 "그럴 때마다 환자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잡는다"고 했다.
서 간호사에게는 격리병동에서의 한 달여간이 간호 생활 10년보다 각별히 느껴진다고 한다. 환자 곁을 떠날 수 없는 환경이 무거운 책임감을 지어준 것이다. 레벨D 보호구를 입은 채 등을 땀에 흠뻑 적시는 일에도 이미 익숙하다.
그는 "치료 현장의 간호사들은 영웅이 되고 싶다기보다 늘 했던 일의 연장선으로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다"며 "영웅보다는 해야할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위험수당 등 근로조건에도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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