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세 차례 연기되면서 가을학기제 둘러싼 논의
근현대사 거치며 4월, 9월 등 변화 겪어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세 차례나 연기되면서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는 '가을학기제' 도입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학사 일정 조정 등으로 학교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면서, 이번 기회에 국제적 흐름에 맞춘 9월 개학을 제도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봄 학기제를 채택한 곳은 우리나라(3월), 호주(3월), 일본(4월) 뿐이다. 이 중 호주는 3월 학기제이긴 해도 남반구의 기후를 고려했을 때 사실상 가을학기제를 실시하는 셈이다.
가을학기제가 시행되면 8월 말~9월 초 새 학기를 시작해 12월까지 1학기를 진행한다. 겨울방학은 2주 정도로 짧게 한 뒤 바로 다음 학기에 들어가며, 2학기가 끝나는 6월부터는 석 달 가량 긴 방학을 보내게 된다. 가을학기제에서는 2월 말 짧게 있는 봄방학이 없다.
국내 학기제는 수차례 변화를 겪어 왔다. '학기제'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정착된 시기는 일제강점기 때다. 일제는 당시 자국의 학사 일정에 맞춰 우리나라 모든 학교의 새 학기를 4월에 시작하는 것으로 정했다.
그러다 광복 이후인 1947년 미군정은 당시 교육 정책 자문기구였던 '조선교육심의회'의 제안에 따라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가을학기제를 실시했다. 그러다 2년 뒤 4월부터 시작되는 학기제를 만들었다. 장마철인 6월에 실시하던 입학 시험을 하반기로 옮기는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지금과 같은 3월 학기제가 제도화된 것은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다. 당시 정부는 겨울철 난방비 절감 등을 이유로 3월 학기제를 도입했다.
가을학기제 도입을 둘러싼 가장 최근의 논쟁은 지난 2014년 교육부가 가을학기제 도입 여부를 공론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점화됐다.
당시 교육부는 외국 유학생 유치에 효과적이며, 학생들은 긴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2월 수업 집중도 하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가을학기제 도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학기 변경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및 기업 채용 일정 등과도 맞물려 있는 만큼 사회적 비용이 만만찮다는 우려로 무산됐다.
한편 가을학기제 도입을 둘러싸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 또한 거세지면서 학기제 변경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3 학부모 유영수(56) 씨는 "중간, 기말고사 시기나 수능 일정 등 하나도 결정된 게 없는데 학기제 변경 이야기까지 나오니 불안하다"며 "수험생들이 1년이란 큰 계획을 세워놓고 수시, 대학별 고사 등의 일정을 짜는데 9월에 개학이 된다면 너무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재수생 A(20) 씨는 "가을학기제 시행으로 내년 봄에 수능을 본다면 수험 생활이 반 년 더 늘어나는 셈인데 그 때까지 수험 생활에 들어갈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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