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

입력 2020-03-25 18:57:20 수정 2020-03-25 19:20:32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이사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이사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이사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는 대구시민주간의 슬로건이다. 대구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을 기념해 대구시는 해마다 2월 21일부터 28일까지를 대구시민주간으로 정해 다양한 기념행사들을 갖는다.

올해는 코로나19가 엄습하는 바람에 그냥 지나쳤지만 그 슬로건의 외침은 어느 때보다 더 큰 울림으로 가슴에 메아리친다. 대구시민들의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구시민인 것이 자랑스럽다.

달이 바뀌고 계절이 변해도 흔들림 없는 대구시민들의 강인함과 품격에 가슴 뿌듯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평생을 대구에서 살고 있지만 이토록 대구시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참모습은 위기에서 드러난다고 했던가! 250만 대구시민은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19의 확산에서도 어떤 선진국 유명도시들도 보여주지 못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확진자가 하루 700명을 넘어서고 수백 명이던 환자가 며칠 만에 수천 명으로 급증하는 위기의 순간에도 시민들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침묵하고 차분해지면서 너나없이 무질서와 혼란을 경계했다. 이웃과 약자를 배려하며 공동체의 안전을 먼저 떠올렸다.

특히, 자발적으로 집 안에 머물며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한순간에 거리를 통제라도 한듯 비워내는 모습은 국내외 언론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뿐만 아니라 어떤 곳에서도 사재기나 무질서로 혼란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일부 언론과 SNS들이 공포를 과장하며 마치 사재기나 도시탈출과 같은 혼란이 대구에서 곧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결코 흔들림이 없었다. 놀랄 만큼 의연했다. 대구와 연결된 모든 길은 열려 있었지만 두려움으로 도시를 떠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외지에 나간 자식들이나 손님들이 찾아올까봐 손사래 치기에 바빴다.

자신과 이웃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묵묵히 실천하며 난무하는 온갖 소문과 가짜뉴스에 휘둘리지도 않았다. 앙상했던 가로수와 나무들이 이제는 봄꽃을 피우고 있지만 시민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더 강인한 인내와 이성으로 스스로를 무장해가는 모습이다.

대구는 6·25때 낙동강 방어선을 끝까지 지켜냄으로써 나라를 구했듯이 이번에도 대구시민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코로나19 대구방어선'을 지켜내고 있다. 어떻게든 확진자를 줄여 신규 발생자가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대구시민들의 피에는 위기 때 더 강해지는 DNA가 흐르고 있는가! 시민들은 기필코 이 국면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무언의 연대감이 강력한 스크럼처럼 짜여진 느낌이다. 그것이 곧 대구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대구의 품격으로 지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가능했던 것은 전국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단숨에 달려온 수많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등의 헌신과 희생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250만 대구시민들은 그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대구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제 대구의 극복은 세계의 극복모델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를 이겨 대구의 품격이 한국의 품격, 한국의 힘으로 승화되길 빌어본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지만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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