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수습하느라 공무원들이 쓰러진다

입력 2020-03-10 17:26:50 수정 2020-03-10 23:31:20

격리자 관리, 민원 업무로 과부하…"집에 가면 쓰러져 잠자기 바빠"
관련 없는 부서도 인력난 허덕여…심리적, 업무환경 개선 지원 시급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코로나19 비상근무를 서다 숨진 공무원의 영결식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코로나19 비상근무를 서다 숨진 공무원의 영결식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주시청에 이어 이달 6일 비상근무를 서던 성주군청 소속 공무원이 과로사로 숨지면서 방역 행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구의 한 구청 안전 총괄 부서에서 일하는 A(52) 팀장은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지난 1월 25일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쉰 날이 없다.

이 기간 A씨의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14시간에 가깝다. 오전 8시쯤 출근하는 A씨는 오전 내내 자가격리자 중 약 처방이 필요하거나 중증으로 발전한 환자가 있는지 챙긴다. 이후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따라 방역 업체에 소독을 맡기고, 부서 간 인력 조정 업무를 시간에 쫓기듯 처리한다.

무엇보다 A씨는 돌발 상황에는 하던 일을 제쳐두고 현장으로 바로 가야 해 체력이 달린다고 했다. 그는 "자가격리자가 연락이 안 되거나 외출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방호복을 입고 경찰관과 함께 출동해 이들의 안전을 확인한다. 오후 10시가 가까워도 일이 끝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관련 민원이 많아지면서 정신적 부담감도 커졌다. A씨는 "자신은 왜 자가격리자가 아니냐며 난동을 부리는가 하면 완치된 세입자를 돌려보냈다며 원룸 집주인에게 험한 말도 들었다"며 "업무와 민원에 시달리다가 집에 가면 쓰러져 자기 바쁘다"고 했다.

보건 업무에 인력이 집중되면서 방역과 관련 없는 부서에서는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대구의 또 다른 구청 교통과 직원 B씨는 "자가격리된 직원이 있는 데다 동료들이 보건소로 파견을 나가 평소 절반 수준으로 기존 업무를 본다"며 "여기에 선별진료소나 보건소 인근 불법주차 단속, 방역 차량 운행도 추가로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재난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환경 개선과 함께 심리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창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 본부장은 "인력 확충뿐 아니라 전체적 행정 환경이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며 "재난 상황에서는 공무원의 작은 실수도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만큼 이들의 정신적 피로감 해결을 위한 심리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