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탈퇴 A씨 "진로 고민할 때 접근, 20대 절반 사라졌다"

입력 2020-03-07 09:00:00

만 30세까지 연애 금지에, 학업·생계 팽개치고 전도와 텔레그램 '실적 보고'만 몰두
탈퇴 잇따르자 "예배, 센터 재수강 안 해도 된다" 설득

대구에 사는 신천지 탈출 교인 A(24) 씨가 지난 4일 매일신문을 찾아 신천지 대구교회에 들어가 탈퇴하기까지의 과정, 신천지 대구교회의 위장 전도 실태 등을 폭로했다. 홍준헌 기자

"20대 절반을 날렸습니다. 신천지에 빠져들기 전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간 못했던 연애와 공부, 아르바이트를 제대로 해 보고 싶어요."

신천지 탈출 교인 A씨는 2015년 말부터 지난해 7월까지 4년여 기간을 신천지 대구교회에 다녔다.

2015년 수능 직후 재수를 고민하던 중, 대구 한 개신교 교회 선교문화센터에서 기타 그룹레슨을 한다는 경희대 작곡과 휴학생 B씨, 그가 소개한 '선교 스피치' 여학생 C씨와 알게 됐다.

나중에 알기로, B씨는 교회나 관련 단체에서 전도 대상자를 찾아 신천지로 이끄는 추수꾼이자 인도자요, 학력도 거짓이었다. C씨는 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파악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얼마 후 B씨 초대로 독서 토론 모임에서 남녀 10여 명과 함께 종교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했다. 반월당 인근 투썸플레이스 카페의 룸에서 모였고, 여성 회원 D씨를 좋아하게 됐다. 우연인지 D씨가 A씨에게 연락하기 시작해 거의 매일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

B씨는 재수를 고민하던 A씨에게 진로 컨설턴트 E씨를 소개했다. A씨의 처지와 내면, 심적 상처 등을 하나둘 짚어 주며 "상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B, C, D씨가 평소 A씨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E씨는 그 말에 막막해진 A씨더러 심리치료를 권했다.

A씨는 E씨에게서 미술치료(HTP)와 에니어그램이라는 심리치료 및 검사를 받았다. E씨는 "영성 상담이 시급하다. 휴대전화가 고장나면 서비스센터에 가고, 사람이 고장나면 사람을 만든 분, 하나님께 가야 한다"며 성경 공부를 권했다.

2016년 1월부터 속전속결 신천지에 빠졌다. 복음방에 들어가 성경을 읽고, 시온기독교선교센터에 8만원을 내고 수강생(교육생)으로 등록해 7개월 간 초등·중등·고등 과정 수업을 들었다. 초등 과정 직후 센터 측이 'S 오픈'(신천지 공개)을 해 정체를 알았다. 그러나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고 적응을 돕는 잎사귀(짝궁) 도움으로 이탈하지 않고 신천지 교리를 받아들였다.

2016년 8월 7일 수료 후 신천지 대구교회로 넘어갔다. 2개월 간 헌금 납부, 주요 예배 일정 등 생활 규칙, S 노출에 대한 핍박 대처교육, 전도교육을 받았다.

이후 청년회 대학부에서 노방(길거리)전도, 단체찾기(여러 명이 일시에 같은 구역 내 노방전도하는 것)를 다녔다. 학업도 아르바이트도 포기해야 했고, 연애 금지(남성 30세, 여성 28세) 조항도 지켜야 했다.

한 인도자가 전도 대상을 찾으면 그 대상을 공략하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신상과 취향, 종교 거부감부터 사소한 발언이나 취향까지 공유해 전도 전략을 세웠다. 이는 ▷전도창 ▷구역창 ▷일정보고창 ▷취합창 등 수백 개의 단톡방에 일제히 공유됐다. 혹여 다른 교인이 중복된 대상에게 전도하지 않도록 새 전도 대상자 정보를 확인하는 '중복창'도 운영됐다. 전도에 성공할 때마다 개개인과 소속 부서의 실적으로 기록됐다.

A씨가 신천지를 등진 것은 군 입대 후다. 군인은 전도 실적을 쌓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교인과의 인간관계도 잃어야 했다.

A씨와 친하던 청년회 소속 모든 교인이 전도와 텔레그램 보고에만 열 올리느라 A씨의 근황, 휴가 일정 등에는 관심을 끊었다. 그가 좋아한 D씨도 마찬가지였다. 한 교인은 A씨가 군 휴가를 다녀간 사실을 뒤늦게 알자 '업무상 보고 미숙'을 질책하듯 "그런 일정은 텔레그램에 안 올라왔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2018년과 2019년 신천지 내 110만원 사건까지 터졌다. 신천지가 2018년도 전도 실적이 낮은 교인들에게 각각 110만 원의 벌금을 걷고는, 이듬해 이만희 총회장에게 우수 실적 1등 상금으로 준 일이다. 전도도 벌금도 못 하고 내는 사람은 탈퇴하라는 명령도 있었다.

탈퇴자가 잇따랐다. A씨도 친하던 교인들과 연락을 끊고 교회에도 탈퇴 의사를 밝혔다. 당황한 신천지 대구교회가 '긴급 입교' 방침을 내놓고 "재입교자는 센터를 재수강해야 한다는 규칙도 예외로 해 주겠다, 수요 예배도 사실은 필참이 아니며 불참해도 출석을 인정해 주겠다"며 회유에 나섰다.

A씨 뜻은 확고했다. 오히려 이 같은 모습을 보고는 '철저해 보이던 규칙조차 포기하고 교인을 모은다. 이미 벌금을 낸 사람만 바보가 됐다'고 반감만 들었다.

A씨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 실상이 알려지자 폭로에 힘을 보태고 더 많은 피해를 막고 싶었다고 밝혔다. A씨는 "20대 청춘의 절반을 내 삶 모두 저버린 채 지내 너무 아깝다"면서 "신천지 교인은 어서 탈출하고 비 교인도 신천지와 얽혀 나 같은 피해를 입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대구에 사는 신천지 탈출 교인 A(24) 씨가 지난 4일 매일신문을 찾아 신천지 대구교회에 들어가 탈퇴하기까지의 과정, 신천지 대구교회의 위장 전도 실태 등을 폭로했다. 홍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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