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명이 자가격리 8명 모니터링 '전시상황'

입력 2020-02-28 17:47:43 수정 2020-02-28 22:41:40

1만700여명 대상 주말 없이 매일 두 차례 건강상태 체크
각 구·군 필수 업무 외 사실상 '마비'…"전시상황 같아"

지난 27일 대구 달서구청 앞 마당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주민들에게 전달할 마스크가 잔뜩 쌓여 있다. 달서구청은 대구시로부터 공급받은 마스크 42만8천장을 각 동 통장들에게 전달해 가구 당 2장 씩을 배부할 예정이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지난 27일 대구 달서구청 앞 마당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주민들에게 전달할 마스크가 잔뜩 쌓여 있다. 달서구청은 대구시로부터 공급받은 마스크 42만8천장을 각 동 통장들에게 전달해 가구 당 2장 씩을 배부할 예정이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 급증과 함께 자가격리 대상자가 늘면서 이들을 관리하는 구·군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모니터링 담당 직원 1명이 최대 8명의 자가격리자를 관리하는데다, 생필품 조달 등을 위해 장시간 자리를 비워야 해 기존 업무가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28일 기준 대구시 8개 구·군의 자가격리 대상자는 총 1만700여 명이고, 이들을 전담하는 직원은 2천100여 명이다. 직원 1인당 평균 5명꼴이다. 직원들은 주말을 포함해 매일 두 번씩 전화로 발열 여부와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생필품을 직접 구입해 조달하고 있다. 자가격리자가 많은 중구와 동구, 남구 등은 직원 1명당 7, 8명의 자가격리자를 담당하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전시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상당수의 공무원이 자가격리자를 모니터링하는 일에 투입돼 기존 업무는 중단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민원과 취약계층 복지 등 필수 업무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기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다.

모니터링 직원은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3시쯤 자가격리자에게 전화를 걸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일주일에 2~3회 집을 방문해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긴급요청이나 불편 사항이 있을 때도 응대해야 한다. 주말에도 상시 근무를 하고 있다.

직원 대부분은 자신의 차를 이용해 생필품을 전달한다. 차가 없는 경우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탄다. 방문할 때도 자가격리자들이 이웃에 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방문 예정 시각을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 현관 앞에 생필품을 두고 떠나온 뒤 다시 연락하면 자가격리자가 이를 챙겨가는 식이다.

때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하기도 한다. 구청에서 지원하는 생필품은 쌀과 라면, 물, 상비약 등이다. 금액으로는 1명당 1주일에 10만원 상당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일부 격리자는 제공하기 어려운 고기와 쌈 채소, 비빔장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상할 수 있는 생고기, 생필품이 아닌 기호식품 등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신천지 예수교회 다대오지성전(신천지 대구교회)이 있는 남구청 직원들은 신천지 예수교회 교인들의 '항의'에 시달리기도 한다. 남구청 관계자는 "교인 명단에 올라 있는데도 교인이 아니라고 잡아떼는 경우도 적잖다"며 "중국에 다녀온 적도 없고 감기 증상도 없는데 왜 격리하느냐며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 관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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