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210억원' 대구U대회 유산 늘자 너도나도 주인 행세
고인 된 박상하 회장의 선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가 경상북도체육회에 남긴 유산이 150억원에서 210억원대로 늘었다.
지난달 열린 경상북도체육회 이사회와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U대회 잉여금 처리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집행부 한 임원은 "이자가 많이 늘었지만 일찍이 부동산 투자를 했다면 훨씬 더 큰 이득을 봤을 것"이라며 경북체육회관 부지를 미리 사 놓지 않은 사무처와 집행부에 대해 자조 섞인 비난을 했다.
대의원총회 감사보고서는 "U대회 잉여금을 지역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있는데, 금리에서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지역 체육 발전에 기여하는 곳을 우대해 상생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8월 도체육회가 대구시로부터 나눠 받은 U대회 잉여금은 150억원이었다. 그동안 은행 이자로 차곡차곡 쌓여 올 연말 기준으로 210억1천828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 해 이자만도 3억3천만원 정도다.
도체육회는 U대회 잉여금 원금은 농협에, 이자는 대구은행에 나눠 예치하고 있다.
이렇게 돈이 불자 도체육회 안팎에서는 돈의 성격과 용도, 주인 등을 놓고 말싸움이 오가고 있다. 잉여금의 출처를 제대로 모르는 일부 집행부 임원들이 주인 행세를 하려 하자 원로 체육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U대회 유치부터 청산 작업까지 대부분 과정을 지켜본 기자 입장에서 보면, U대회 잉여금은 고인이 된 박상하 국제정구연맹 회장(U대회 당시 집행위원장)이 도체육회에 준 선물이다.
당시 박 회장은 도체육회에 잉여금을 주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도체육회 최억만 상임부회장과 조창현 사무처장, 전윤수 부회장(U대회 청산단장) 등이 전면에 나섰다. 도체육회는 국회의원을 앞세워 당시 노무현 정부를 압박했고, 대구시는 정부 압력을 외면할 수 없었다.
사실 U대회를 주최한 대구시는 경북지역 7개 시·군 분산 개최로 도움을 받았지만 잉여금을 나눠 줄 이유가 없었다. 대구·경북 상생이란 명분으로 잉여금 일부를 주었지만 경북도와 도체육회의 공작(?)에 뺏겼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대구시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개최 때 많은 힘을 보탠 박상하 회장을 견제하기도 했다.
도체육회는 U대회 잉여금을 차지하려는 경북도의 입김도 배제했다. 예산을 전적으로 경북도에 의존하는 임의단체 처지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애초 경북체육회관 건립 기금이라며 통장을 도체육회 명의로 개설, 이 돈을 지킬 수 있었다. 대구시 경우 U대회 잉여금이 체육과는 거리가 먼 문화 기금이나 도로 건설비 등으로 상당 부분 사용됐다.
올해 민선 체육회가 출범하면서 U대회 잉여금 처리 문제는 다시 불거지고 있다. 도체육회는 경북체육회관 건립 부지를 조속히 선정하고 U대회 잉여금을 처리해야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경상북도체육인회는 경북체육회관이 건립되면 부지 내에 박상하 회장의 치적을 기리는 기념물을 조성할 계획이다. 도체육회는 지난해 박 회장의 장례식 지원을 외면해 비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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