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범인 없는 살인' 실마리 풀릴까…모의실험 의뢰

입력 2020-02-09 17:28:53 수정 2020-02-09 19:20:44

대구고법 국과수에 제안…돼지고기·인공혈액 등으로 범행 장면 재연
검찰 "실제 상황과 달라" 비판…재판부 "차이 감안해서 볼 것"

2018년 문을 연 대구과학수사연구소 혈흔형태분석실험실 개소식 현장. 매일신문 DB
2018년 문을 연 대구과학수사연구소 혈흔형태분석실험실 개소식 현장. 매일신문 DB

지난해 1월 있은 일명 '청도 범인 없는 살인사건'을 심리중인 항소심 재판부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모의실험을 의뢰했다.

흉기를 휘둘렀을 때 나오는 혈흔 반응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수사기관과 국과수가 밝힌 범행 경위 등을 재검토해 실제 범인 여부를 가려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6일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연우) 심리로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A(52) 씨에 대한 공판기일이 열렸다. 재판부는 이 자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에게 모의실험을 제안했다. 돼지고기와 인공혈액으로 실제 범행 장면을 재연해보자는 것이었다. 돼지고기와 인공혈액은 사람의 근육, 혈액과 비슷해 과학수사 과정에서 실험용으로 자주 활용된다.

재판부는 "흉기에 묻은 혈흔의 양이나 범행 직후 바닥에 떨어진 혈흔의 형태 등을 재판부가 직권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고, 수사기관이 지목한 흉기와 현장에 나타난 혈흔 반응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실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청도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지인 2명과 술을 마시던 한 50대 남성이 다음날 아침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지만 지인 2명은 서로 상대방을 범인이라고 지목하며 범행을 부인해 오리무중에 빠진 바 있다. 검찰은 두 사람 중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기소했지만 1심 재판부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해 일명 '범인 없는 살인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과 국과수는 즉각 난감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검찰은 "모의실험과 실제 상황이 같을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고, 증인으로 출석했던 국과수 감정관은 "실험을 해서 보고서 형태로 제출하겠다"고 만류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근육 수축의 정도 등 실제 상황과 차이는 감안해서 보겠다"며 "국과수가 실제와 가장 유사한 방법을 연구해서 그 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A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달 26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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