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복음 3:2)
기원전 1세기 후반 유대 땅은 로마제국이 유대를 간접 지배하기 위해 임명한 헤롯왕의 폭압에 시달렸다. 오랜 시간 억압에 노출된 이스라엘 민중들이 자신들을 구원해 줄 메시아를 간절히 원하고 있을 즈음, '회개'를 웅변하며 핍박의 땅 이스라엘에서 민중교화와 메시아 탄생을 예고하며 헤롯왕에 맞선 이가 세례자 요한이다. 무릇 의인의 자세 중 하나가 당대의 막강한 정권의 대척점에 서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민중의 삶이 어려워질수록 질곡으로부터 구해줄 영웅의 출현은 더욱 간절한 법이다. 특히 서양의 기독교가 메시아의 출현을 예견했다면, 동양의 불교는 '미륵불'이 있다. 미래 부처인 미륵불은 석가모니 열반 이후 56억7천만년이 됐을 때 도솔천에서 이 세상으로 내려오게 될 구원자이다. 미륵불이 나타나면 이 세상에 그 가르침을 펼쳐 모든 중생들이 번뇌와 고통이 없는 깨우침의 경지에 들게 해버리기 때문에 미륵불 사상은 우리나라에도 역사적으로 힘든 시기마다 나타난 인물들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덧씌워 민중의 지지를 얻으려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요한이 살았던 시대도 민중들의 삶이 고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제정일치 사회에서 제사장 계급인 사두가이파는 최고 지도자급이지만 로마와 타협하며 살았고, 평신도 지도자인 바리사이파는 율법과 형식주의에 빠져 있었고, 헤롯당과 세리 등은 로마의 앞잡이로 민중을 더욱 도탄에 허덕이게 했다.
이런 와중에서 요한은 "조금만 참아내면 우리를 구원할 메시아가 나타날 것이다"는 요지로 이스라엘 민중의 앞날을 예비하는 선지자의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그 인기는 날로 높아갔다. 웬만한 인물이라면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각종 유혹에 넘어갈 만도 하지만 그는 끝까지 메시아의 출현과 민중교화에 자신의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
사실 요한은 잠시 자신의 신념이 흔들렸던 적이 있었다. 요한보다 6개월 정도 늦게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는 민중교화를 통한 회개와 구체적인 쇄신운동을 천명한 요한과 달리, 현실과는 동떨어진 하느님의 나라 즉 천국과 복음만을 이야기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고통 받는 민중에게 "메시아의 강림이 멀지 않았으니 참고 견디자"와 "믿는 자에게 복됨이 있으리라"는 메시지는 듣기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진다. 광야에서 메뚜기와 석청을 먹는 은둔생활을 통해 얻은 깨달음으로 유대 땅 전역에 큰 반향을 일으킨 요한이지만, 회개를 천명한 요한과 천국과 복음을 설파하는 예수 그리스도와는 언뜻 닮은 듯 닮지 않은 간극이 있었던 것 같다. 그 간극은 길을 준비하는 자와 길을 완성한 자의 차이일 수 있다. 요한복음을 보면 세례자 요한은 '빛을 증언하러 온 사람'으로 규정된다. 이에 반해 참된 메시아로서 예수 그리스도는 빛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헤롯왕이 자기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를 취하자 그 부당함을 비난한 죄로 옥에 갇히고, 이어 헤로디아의 사주로 참수를 당하기 전, 요한은 시간이 촉박했던지 제자들을 그리스도에게 보내 묻는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마태복음 11;3)
이 질문은 메시아의 출현이 시급했던 요한의 간절한 심경이 묻어난다. 권세와 세상의 눈치를 안 보고 정의로운 사회의 도래를 주창한 요한은 생의 마지막 부분에서 재차 메시아의 출현을 확인하는 과정은 참으로 인간적이다.
옛 시대(구약)와 새 시대(신약)의 분기점에서 고군분투했던 세례자 요한. 새 시대의 시작은 어떤 희생 없이는 오지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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