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타워 저작권 둘러싼 10여년 법정 공방 마침표

입력 2020-02-04 17:27:19

문화엑스포, 17일 ‘경주타워와 건축가 유동룡’ 현판식

경주타워와 경주엑스포공원 전경. 문화엑스포 제공
경주타워와 경주엑스포공원 전경. 문화엑스포 제공

경주엑스포공원 내 경주타워의 저작권을 둘러싼 10여 년 법정 공방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이하 문화엑스포) 관계자는 "오는 17일 유동룡 건축가를 경주타워 디자인 저작권자로 선포하는 현판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경주타워는 높이 82m 직육면체 유리벽에 황룡사 9층 목탑 실루엣을 음각한 건축물로, 2007년 준공 직후 저작권 논란에 휘말렸다. 재일교포 2세 고(故) 유동룡(1937~2011) 씨가 2004년 경주타워 설계 공모에 낸 이미지를 꼭 빼닮았기 때문이다. 유 씨는 '이타미 준'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세계적 건축가다.

공모전에서 유 씨 작품은 설계권이 주어지지 않는 우수상을 받았다. 제자를 통해 자신의 출품작과 경주타워가 유사하다는 내용을 전해 들은 유 씨 측은 저작권이 침해받았다며 공모전 당선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불기소 처분이 났다.

유 씨 측은 이듬해엔 건축주인 문화엑스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1심에선 패했으나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당선자와 건축주 회의록에서 '유리 타워에 음각으로 황룡사 목탑 모양을 파내라'고 건축주가 제안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대법원도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보상액은 공모전 당선상금 3천만원에 이자를 더한 4천여만원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태어나 평생 한국 국적을 버리지 않았던 그는 대법원 판결 1개월 전인 2011년 6월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유 씨의 장녀인 유이화 ITM건축사무소장은 이듬해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 '건축물에 저작권자 성명을 표시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이에 따라 문화엑스포는 2012년 타워 오른쪽 바닥에 저작권자가 유동룡이라는 내용의 표지석을 설치했다.

하지만 표지석이 바닥에 설치돼 눈에 잘 띄지 않는데다 최근엔 도색까지 벗겨지면서 유 소장은 지난해 9월 다시 소송을 내 현판을 새로 붙여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이철우(문화엑스포 이사장) 경북도지사는 원 저작권자의 명예 회복 등을 지시했고, 현판식으로 이어지게 됐다.

타워 앞에 새로 설치한 현판은 가로 1.2m, 세로 2.4m 규모로 유 씨의 건축철학과 주요 경력 등을 담았다. 이철우 도지사는 "고인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명예를 실추시켰던 과오를 이제서라도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경주타워를 잘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상징건축물 공모전 당시 유동룡 싸가 출품한 디자인 안. ITM건축사무소 제공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상징건축물 공모전 당시 유동룡 싸가 출품한 디자인 안. ITM건축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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