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 상품, 없어서 못 판다"…소비재 업계 섭외 1순위

입력 2020-01-02 13:40:24 수정 2020-01-02 20:00:56

청년부터 장년까지 폭넓은 팬층, 지갑 기꺼이 열어
펭수 상품 없어서 못팔고 광고모델 최고수준 대우 추정

편의점 CU가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EBS 캐릭터
편의점 CU가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EBS 캐릭터 '펭수' 다이어리를 예약판매한다고 지난달 10일 밝혔다. 펭수의 어록과 자작곡 등이 담긴 다이어리는 1만부 한정으로 판매된다. 연합뉴스

EBS의 '대세 펭귄' 캐릭터 펭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올해 소비재 기업의 섭외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펭수를 활용한 펭수 굿즈(상품)를 출시하거나 펭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펭수와 함께 주목 받는 '펭수 효과'를 노리는 모습이다.

◆없어서 못판다, 펭수 상품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EBS의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EBS의 '스타 펭귄' 펭수의 2020년 달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세의 주인공은 EBS 연습생이라는 콘셉트의 펭귄 캐릭터 펭수다. 지난해 11월 펭수의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구독자수가 100만명을 넘겼고 이달 2일 기준으로는 161만명에 달한다.

펭수의 인기는 펭수 굿즈(상품) 출시로 이어지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랜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가 나섰다. 스파오는 지난달 21일 오후 12시에 펭수 맨투맨 티셔츠 4종, 반팔 티셔츠 4종, 수면바지 3종 등 펭수 굿즈 11종을 선보였다. 수면바지 3종은 출시 10분만에 매진됐고 구매금액별 사은품은 2분만에 전량 소진되며 펭수의 '대세'를 증명했다.

이랜드에 따르면 이날 이랜드몰 홈페이지 대기고객이 5천500명 이상이었고 접속대기 시간도 20분 이상 소요되기도 했다. 인터넷 상에는 펭수 굿즈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10분 만에 전 스타일, 전 색상 완판은 스파오가 진행한 협업상품 중 최초"라며 "글로벌 캐릭터들을 크게 웃도는 인기에 놀랐다. 올 2월 관련 상품을 추가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펭수 굿즈의 성공은 의류 뿐이 아니다. 카카오톡에서 출시한 펭수 이모티콘을 11월 출시 이후 하루 만에 인기 판매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카카오측은 펭수 이모티콘이 카카오 프렌즈 이모티콘을 제외하고 최단 기간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밝혔다.

EBS 캐릭터 펭수의 에세이 다이어리
EBS 캐릭터 펭수의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 오프라인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비치된 펭수 다이어리의 모습. 연합뉴스

펭수의 화보가 실린 패션잡지 나일론코리아 12월호는 대형서점 입고 첫날 완판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G마켓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하자 초반 인기로 접속 대기 인원이 최고 6만명을 넘어섰다. 일시적으로 접속자가 급증하며 사이트가 마비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광고계 블루칩으로

펭수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KGC인삼공사가 지난달 23일 예고편 격인
펭수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KGC인삼공사가 지난달 23일 예고편 격인 '펭수가 울었다' 동영상은 2일 기준 200만회를 훌쩍 넘는 조회수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광고 본편은 3일 공개될 예정이다. 유튜브 캡처.

펭수의 인기에 소비재 업계에서는 펭수를 자사 제품을 알리는 광고 모델로 활용하는 모습도 잇따른다. 자이언스 펭TV 유튜브 댓글창에서부터 기업들은 물론이고 공공기관, 정부부처의 구애 댓글을 흔히 볼 수 있다.

펭수는 최근 KGC인삼공사와 광고계약을 체결하며 CF 데뷔를 알렸다. 남극이 고향인 펭수가 부모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담아 설날을 앞두고 가족의 의미를 담은 광고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광고의 예고편 격인 '충격 펭수가 울었다? 도대체 무슨일이'가 KGC인삼공사의 공식유튜브 계정에 올라와 열흘만에 2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높은 주목도를 보였다. 이달 중 광고 본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동원F&B와의 협업도 눈길을 끈다. 좋아하는 음식으로 참치를 꼽는 펭수의 설정에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참치가 꼭 맞는 조합이기 때문이다. 동원 F&B는 지난 12월 26일 공식 유튜브 계정에 펭수가 모델로 나올 '참치송' 선정을 위한 후보 동영상 3개를 올리고 '좋아요'를 활용한 선호도 조사를 개시했다. 3종을 모두 합치면 조회수 73만회, 좋아요 6만4천여개를 기록하며 펭수의 선풍적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EBS가 참치송 투표를 독려하려고 제작한 '드디어 연락이 왔다! 참치모델!' 영상의 조회 수도 2일 기준 120만을 웃돈다.

빙그레도 펭수와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협의했다. 지난달 22일에는 빙그레 마케팅팀 관계자들과 펭수의 공식미팅 영상이 자이언트 펭TV 채널에 올라왔다. 펭수가 지난해 7월 빙그레가 연 '슈퍼콘 챌린지'에 참가해 빙그레 제품광고에 나오는 춤을 췄지만 137위에 그쳤던 인연이 있다. 이후 펭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빙그레가 '저희도 후회하고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기며 화제가 됐다. 펭수와 엮이면 단번에 뜨는 세상이다.

◆너무 높은 주목도, 이미지 소비는 주의해야

유통업계에서는 펭수의 1년 기준 광고모델료를 3~5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에서는 디즈니 캐릭터와 비슷한 등급의 수익배당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펭수가 이처럼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까닭은 구매력이 있는 청년층과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받고 있는 덕분이란 분석이 나온다. EBS에 따르면 '자이언트 펭TV' 시청 연령층은 만 18~24세 24.6%, 만 25~34세 40.2%, 만 35~44세 21.8%, 만 45~54세 7.8%로, 성인들에게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다만 펭수의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펭수에 대한 주목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제품 자체는 상대적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위험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화제의 중심에 서는 인물에 많은 접촉시도가 뒤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것이 급격한 이미지 소비로 이어져서 소비자에게 오히려 피로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EBS도 이 때문에 선별적으로 협업을 추진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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