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흑석사 유물 26년째 타향살이 "국보 제자리 돌려놔야"

입력 2019-12-05 16:51:19 수정 2019-12-05 21:22:12

흑석사 소유 국보 제282호 복장유물…영주시민 한목소리 요구

경북 영주시 흑석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에서 나온 복장유물. 현재 이 유물들은 국립대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영주시 제공
경북 영주시 흑석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에서 나온 복장유물. 현재 이 유물들은 국립대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영주시 제공

'타향살이' 중인 국보 문화재를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일신라시대 때 창건된 대한불교 조계종 경북 영주 흑석사 소유의 국보 문화재가 수십 년 동안 다른 지역에 보관돼 있어 다시 흑석사로 가져와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993년 국보 제282호로 지정된 '영주 흑석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및 복장유물(榮州 黑石寺 木造阿彌陀如來坐像 腹藏遺物)' 중 '아미타삼존불조성보권문', '불조삼경', '칠보류', '사리' 등 흑석사 소유의 복장유물 81점 전체가 26년째 대구 등 다른 지역에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복장유물은 개별적으로도 하나하나 국가 보물급의 가치를 지니고 있고 한국의 서지학과 불경사, 직물사, 염색사 등의 연구에 중요한 사료로 평가 받고 있다.

경북 영주시 흑석사에 봉 안중인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영주시 제공
경북 영주시 흑석사에 봉 안중인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영주시 제공

이에 민족의 혼과 얼이 담긴 귀중한 유산을 원(原) 출토지에서 보관 및 전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영주 흑석사 등에 따르면 지난 1992년 개금불사(改金佛事) 작업 과정에서 대웅전에 봉안돼 있던 목조아미타불상 몸체 안에서 전적류, 직물류, 기타 복장물 등 40건, 모두 81점의 유물이 발견됐고, 문화재청은 이들 복장유물이 조선 초기 불교 조각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높이 평가된다며 지난 1993년 국보 제282호로 지정했다.

하지만 보관 공간 부족 및 관리상의 문제로 당시 불상만 흑석사에 보관하고, 나머지 복장유물은 온양민속박물관에 위탁관리해 오다 2002년 3월 국립대구박물관 수장고로 옮겨졌고 현재까지 이곳에 보관돼 있는 등 26년째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대구박물관 수장고에 있는 유물들은 박물관 전시회 등 행사가 있을 때 다른 전시품들과 함께 1년에 1, 2차례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영주시민들은 "지역의 소중한 문화재를 정작 영주시민들은 구경조차 못한 채 다른 지역을 떠돌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영주시 등 행정 당국이 나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복장유물을 흑석사나 영주지역으로 되돌려 받는 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온도와 습도 유지, 항온 및 항습 설비 등을 기본적으로 갖춘 박물관 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봉 흑석사 주지는 "소중한 문화재를 떠돌이 생활을 하게 한 것에 대해 죄인의 심정으로 살고 있다"며 "지역의 역사를 담은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 하루 속히 유물관을 건립해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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