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분 어르신들 늦깍이 졸업식 "내 이름을 쓸 수 있어 꿈만 같아요"
"한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았습니다. 또 딸이라 분하다는 뜻의 '분한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정말 분한 건 글을 못 배운 것이었어요. 90이 다 돼서 글을 배우니까 시내 나가서 버스 번호랑 행선지도 볼 수 있고, 병원도 찾아갈 수 있어요. 이제는 분한 마음이 다 사라졌어요."
경북 안동시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의 권분한(90) 할머니는 28일 안동댐 세계물포럼기념센터에서 열린 '2019년도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 졸업식'에서 직접 쓴 손 편지글을 권영세 안동시장에게 읽어주고 전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뒤늦게 한글을 깨치고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게 된 어르신 102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권 시장은 "세상 어떤 학교의 졸업식보다 뜻깊은 오늘 졸업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102명의 늦깎이 졸업생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라고 축복했다.

안동시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은 읍·면 단위에 거주하는 글을 깨치지 못한 비문해자들을 위해 2014년부터 교사를 파견해 한글 교육을 하는 사업으로 안동시와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안동시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 주관으로 6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2014년 첫해 3개 면 45명의 교육생으로 시작한 한글배달교실은 해마다 확대돼 현재까지 1천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특히 올해는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권분한 할머니가 '내 이름은 분한이'라는 시를 써 최우수상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번 졸업식에서는 '국제교육도시 날'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졸업생 전원에게 학사모를 쓰는 기회를 제공하고, 졸업 사진액자를 선물했으며,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는 '성인 문해 시화전'도 함께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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