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상회의마저 멈춰세운 반정부 시위…세계 곳곳서 '폭발'

입력 2019-10-31 15:35:30

칠레, 계속된 시위에 사상 초유의 'APEC 취소' 선언
칠레·레바논 등 민생고에 봉기…홍콩·카탈루냐는 정치 시위
외신 "불공정과 불평등이 공통점…소수계급이 富독차지해 청년층 고단"

시위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남미 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가운데)이 30일(현지시간) 수도 산티아고의 라 모네다 대통령궁에서 내달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위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남미 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가운데)이 30일(현지시간) 수도 산티아고의 라 모네다 대통령궁에서 내달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남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바리케이드가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남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바리케이드가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칠레가 계속된 시위에 치안 문제 등을 이유로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격 취소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미 일정이 잡힌 국제 정상회의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짐에 따라 각국 시위가 향후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11월 APEC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 엘메르쿠리오와 AP통신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이같은 결정이 "최근 몇 주간 칠레와 모든 국민들이 겪어온 어려운 상황" 때문이라며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이 결정으로 APEC과 COP에 생길 문제와 불편에 깊은 유감을 전하며 그 어떤 것보다 항상 자국민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칠레 시위는 정부가 지난 6일 유가 상승과 페소화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출퇴근 피크 타임 기준 800페소(약 1천280원)에서 830페소(약 1330원)로 50원 더 올린 것이 도화선이 됐다. 잦은 공공요금 인상과 높은 생활 물가로 누적된 불만이 폭발, 극심한 사회 양극화에 대한 분노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것이다.

최근까지도 칠레 당국은 시위가 국제회의 개최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한달 가까이 이어진 시위의 기세가 거세게 이어지자 결국 다음달 16~17일 개최 예정이던 APEC 정상회의를 취소했다. 칠레는 부의 양극화가 극심하면서도 중남미에서 사회가 가장 안정된 국가로 꼽혔으나 이번 일로 대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칠레 뿐 아니라 이웃 국가인 에콰도르에선 정부가 유류 보조금 폐지를 결정하자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가 이를 철회하고 나서야 시위가 잦아들었다. 중동의 레바논에서는 소액의 세금 부과가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며 총리가 사퇴했다. 이라크에서도 수백명이 사망하는 가운데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이어지는 등 모두 극심한 민생고와 실업난이 시위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남미 국가인 볼리비아에서는 경제난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큰 가운데 대선 개표 조작 의혹까지 불거지며 전국적인 시위가 일어났다. 홍콩과 카탈루냐에서는 민생고보다는 정치·역사적 배경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위 발생 국가들이 정부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소수 정치 계급이 부를 독차지하며 젊은 세대는 살아가기조차 벅찬 나라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 ABC방송도 이들 시위가 불공정과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맥락 속에서 세계적인 행동을 촉발했다고 진단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