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어머니 故 강한옥 데레사는 독실한 가톨릭신자

입력 2019-10-29 20:28:40 수정 2019-10-29 23:14:51

넉넉한 삶 아니었지만 문 대통령, 어머니 신앙 이어받아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가 2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의 어머니 강한옥 여사가 부산 영도구 남항동 남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 투표를 한 뒤 떠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가 2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의 어머니 강한옥 여사가 부산 영도구 남항동 남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 투표를 한 뒤 떠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어머니 고(故) 강한옥(92) 여사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세례명 데레사)로 문 대통령을 비롯해 슬하에 2남 3녀를 뒀으며 고인의 뜻에 따라 문 대통령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이던 1961년부터 신앙의 길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의 세례명은 티모테오('하느님을 공경하는 이'라는 뜻)로 어머니 강 여사가 직접 정한 것이다.

고인은 모범적 신앙 생활을 하면서 본당에서 레지오 단장, 구역장, 사목협의회 부회장, 신협 이사 등으로 열심히 활동했다. 문 대통령도 어머니의 영향으로 1988년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가톨릭 신자로서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왔다.
문 대통령은 또 2015년에는 천주교 주교회의가 앞장서 온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상을 떠난 강 여사를 비롯해 부모와 관련한 이야기를 저서 '운명'에 비교적 자세히 서술해 놓았다.

문 대통령의 부모는 모두 함경남도 흥남 출신의 실향민이다. 부친인 고(故) 문용형 씨는 일본 강점기에 함흥농고를 나와 흥남시청에서 농업계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문 씨와 어머니 강 씨는 지난 1950년 흥남철수 때 피란민을 구출한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내려왔다. 경남 거제에 정착한 지 2년 만에 문 대통령이 태어났다. 문 대통령의 아버지는 1978년에 별세했다.

문 대통령에 따르면 부친은 가까운 친척과 함께 피란했지만 어머니는 혼자 남쪽으로 내려왔다. 아버지가 하던 장사가 잘 풀리지 않은 탓에 문 대통령이 어렸을 때부터 집안 생계는 강 여사가 책임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저서에서 강 여사가 생계를 위해 시장 좌판에 옷을 놓고 팔거나 연탄배달을 했다고 밝혔다.

2012년 초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문 대통령은 중학교 1학년 학생일 때 어머니가 자신을 데리고 기차 암표 장사를 하러 나갔다가 끝내 암표를 팔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가 2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04년 7월 11일 제10차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어머니 강한옥 여사와 함께 금강산 해금강 호텔에 도착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가 2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04년 7월 11일 제10차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어머니 강한옥 여사와 함께 금강산 해금강 호텔에 도착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75년 4월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검찰로 이송되는 날 호송차를 따르던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어머니가 팔을 휘저으며 '재인아! 재인아!' 내 이름을 부르고 차 뒤를 따라 달려오고 계셨다"면서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멀어지는 호송차를 바라보고 계셨다"고 떠올렸다.

고인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사회문화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당시 북측에 있던 동생 병옥 씨를 만나기도 했다.

한편, 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부인이나 직계 가족의 상을 치른 사례는 매우 드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는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북한 공작원 문세광이 쏜 총탄에 맞고 별세했다. 국민장으로 영결식이 거행됐고 육 여사는 나흘 뒤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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