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답 없다" 삼성전자·LG 등 줄줄이 '脫 한국'

입력 2019-10-29 17:51:11 수정 2019-10-29 23:48:36

생산원가 절감 때문…저가제품 중심의 '탈 한국' 이지만, 조만간 일반제품까지 위협 우려

수출기지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중소 협력업체들이 대기업의
수출기지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중소 협력업체들이 대기업의 '탈 한국'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매일신문DB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제조업 탈(脫) 한국이 줄을 이으면서 국내 제조업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는 지난 2년 간 최저임금이 29%나 올라 수익성이 급격하게 나빠졌고,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 고용환경 변화로 공장 운영 부담이 커져 특히 저가제품은 생산원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라는게 대기업의 주장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상당수 국내 업종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 추월당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폰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을 도입, 중국 제조사에 스마트폰 생산을 통째로 맡기면서 올해 주문 생산물량을 3천만~4천만대로 늘렸고, 내년부턴 6천만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연간 생산하는 스마트폰 3억대의 20%에 달하는 수치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일감 감소 등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될 수밖에 없는 물량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조치는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값싸고 품질 좋은 100달러 안팎의 중국산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중국산이 되는 초강수를 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원가 절감을 통해 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많은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에서의 약진을 노리는 위해 국내 유일의 휴대전화 생산기지인 구미에서 중국으로, 또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메인 생산 기지를 계속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관련 제조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의 저가 제품에 밀려 적자의 늪에 빠진 LCD 공장의 일부를 폐쇄하고 생산직 직원의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공장의 LCD 생산라인 일부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SK 등 다른 대기업들도 이 같은 위기감을 겪으면서 최근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대기업의 탈 한국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50인 미만 중소기업 비중이 88%에 달하는 구미산단의 경우 삼성·LG 등 대기업의 탈 한국 등으로 인한 주문량 감소로 지난 8월 가동률은 33.1%에 그쳤다.

구미산단 내 대기업 협력업체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저가제품뿐 아니라 일반제품들도 베트남·인도 등 해외로 빠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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