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예산 느는데 실효성 '뚝뚝'…대구시 성인지 예산 들어보니

입력 2019-10-24 18:53:53 수정 2019-10-24 20:38:19

담당 공무원조차 개념 몰라... 대구시 "성인지 예산 평가 시스템 만들 것"

대구시 여성가족정책 활동. 매일신문DB
대구시 여성가족정책 활동. 매일신문DB

대구시의 성인지 예산은 2017년 71개 사업, 2천500억원에서 올해 98개, 3천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구시는 올해 경우 어린이, 장애인,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중점적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부서별로 보면 보건복지국(21개)과 여성가족청소년국(20개)이 가장 많은 성인지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사업국은 '구색 맞추기 용'으로 편성한 듯한 사업을 대거 성인지 예산에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5개 사업을 성인지 사업으로 편성한 일자리투자국은 청년 일자리지원사업뿐 아니라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사업'도 성인지 예산으로 편성했는데, 해당 부서 관계자는 "여성 조합원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점을 고려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외에도 ▷농업기술센터의 농업인대학 운영지원, 농업기계안전교육지원, 농기계임대사업지원 ▷도시재창조국 도시계획위원회운영 ▷녹색환경국 도시공원 긴급보수 및 편의시설 설치 ▷문화체육관광국 우수선수 장학금지급 ▷자치행정국 노후 건축시설물 보수 등의 사업을 성인지 예산으로 편성했다.

담당 공무원조차 해당 사업이 성인지 예산으로 편성됐는지 모르거나 개념 자체를 오해하는 경우도 많았다.

매일신문이 성인지 예산으로 편성한 이유를 묻자 담당 국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하거나 성인지 사업과는 다소 동떨어진 설명을 내놓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여성계는 오래전부터 성인지 예산에 대한 기준이나 지침이 모호하고,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 마련을 촉구해왔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제도의 실효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과 관계자는 "아직 사업 부서에서도 성인지 예산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어서 성인지 예산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여성가족부 차원에서 성인지 예산 제도와 관련한 평가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구시도 이에 따라 성인지 예산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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