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개도국 지위 내놓으면 농업분야 어떤 혜택 사라지나

입력 2019-10-22 17:43:05

차기 협상 이뤄지면 현재 수준의 관세와 보조금 유지 어려워…저가 수입농산물 유입·농업 보조금 줄어들 우려
WTO 협정문 수정하려면 회원국 협의 거쳐야…2008년 이후 협의 없어 현실화 가능성 희박

농업인단체가 22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정부와 농업인단체 간 간담회에서
농업인단체가 22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정부와 농업인단체 간 간담회에서 'WTO 개도국 포기 방침 철회' 피켓을 들고 정부에 농업인단체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우리나라의 세계무역기구(WTO) 농업분야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산업의 '약한 고리'인 농업이 받을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한 것은 그만큼 농업 분야에서 누려온 이익이 컸기 때문이다.

◆관세율·보조금 혜택 어쩌나

우리나라는 과거 개도국 대우를 적용한 이행계획서를 WTO 검증을 받아 지금까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보다 유리한 각종 농산물의 관세율, 농업 보조금 허용 한도는 1995년 'WTO 국별양허표'에 기재돼 있다.

이러한 수준은 WTO 농업 협상이 재개돼 합의점을 찾지 않는 한 우리나라가 당장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미래 어느 시점에라도 WTO 농업 협상이 다시 시작되면 개도국 지위 포기로 인해 현재 수준의 관세와 보조금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WTO가 2008년 내놓은 농업분야 수정안에 따르면 선진국은 5년에 걸쳐 50~70%, 개도국은 10년간 33~47%의 관세를 감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늘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 특별품목으로 인정받아 관세율 360%를 매기지만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민간품목의 경우 276%, 일반품목이라면 108%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

양파 역시 현재 135%인 개도국 지위 관세율이 선진국 분류 시에는 민간품목이면 104%, 일반품목이면 41%로 대폭 낮아진다.

이들 재배 농가는 저가의 수입산 물량이 국내로 대량 유입되면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쌀의 경우 선진국이 되면 '민간품목'으로 보호하더라도 현재 513%인 관세율을 393%로 낮춰야 하고 일반 품목으로 풀리면 70% 감축돼 154%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가 적용받고 있는 농업 보조금 허용 한도도 1조4천900억원에서 6천705억원이 감소된 8천195억원으로 대폭 줄어들 수 있다.

◆농업계 "개도국 지위 유지해야"

이 때문에 개도국 이슈를 둘러싼 농민단체의 불안감은 크다.

이번 결정으로 저가 수입산 물량이 유입되고 쌀 직불금 등 각종 보조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농민들은 매년 되풀이되는 농산물 가격폭락, 전염성 가축 질병 등의 피해가 고스란히 농가의 몫으로 남겨져 매년 부채가 커져간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도국 지위마저 상실하면 관세 감축폭이 선진국 수준으로 커지고 농업소득 보전을 위한 각종 보조금 한도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게 농업계의 우려다.

이달 초 농협 농정통상위원회 조합장들은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 농업은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으며, WTO 차기 무역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그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차기 WTO 협상 이전까지는 현재의 관세율과 보조금이 그대로 유지되며 2008년 이후 중단된 농업 협상 개시가 언제가 될 지 등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달 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선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부는 차기 협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개도국 특혜 유지 여부와 상관없이 WTO 허용 보조금 형태인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경쟁력 강화, 국산 농산물 수요 확대 등 선제적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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