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의 대추는 유교 사회의 근간이었던 효의 상징물 중 하나이다. 효는 자식의 부모에 대한 보답을 의미한다. 자신의 의무는 부모가 살아계실 때 봉양하고, 돌아가시면 제사를 통해 부모를 살아계시는 것처럼 모시는 것이다. 효의 원리를 만든 사람은 중국 춘추 말의 공자였다.
공자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상을 치르면서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자식이 3년간 부모 품에서 자라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성리학을 지배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의 지배층은 공자의 이념을 철저하게 실천했다. 조선시대에 효를 강조한 것은 부모에 대한 효가 국가를 경영하는 데 아주 유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왕들은 대부분 몸소 효를 실천했다. 세종의 아들 문종과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는 조선시대 임금 중에서도 유명한 효자였다. 조선시대에는 효경을 간행해서 전국에 배포하고, 효행을 장려하기 위해 정려를 하사했다. 현재 전국에는 조선시대의 정려각이 적잖이 남아 있다.
봉건시대가 끝나고 자본주의가 도래한 지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효 문화는 강하게 남아 있다. 특히 제사를 통한 효의 실천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국가가 개인의 효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데도 한국 사람들이 전통 방식의 효를 실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인 것은 기복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상을 잘 모시면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제사의 기복 문화는 불교와 기독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봉건사회의 유산인 제사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이 문제는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지만, 제사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상당히 오래전부터 사회문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부모를 생각하는 방법은 제사만이 아니라 아주 다양하다. 제사는 부모를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사람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부모를 기억한다면 제사로 인한 사회문제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갈매나뭇과의 갈잎떨기나무 대추나무는 대조(大棗)에서 유래했다. 붉게 익은 대추는 아주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다. 대추를 제사에 올리는 것도 조상에 대한 자식의 변함없는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대추를 제사상 중 동쪽에 두는 것은 음양의 원리에서 붉은색이 동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제사 덕분에 대추 소비량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북위시대부터 당나라까지 균전제를 실시하면서 대추를 심는 조전(棗田)을 하사했다. 대추를 제사에 올리는 또 다른 이유는 열매 안의 씨앗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홀수여서 남자를 상징한다. 남아 선호가 강했던 조선시대에는 제사상에 대추를 올려 후손이 번창하길 기원했다. 그래서 대추나무에 열매가 많이 열리는 풍속인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도 성행했다. 마을에서는 아가씨를 선발한 후 대추나무 가지에 아주 적합한 돌을 구해오도록 해서 가지 사이에 끼웠다. 돌은 남자의 성기, 대추나무의 가지는 여자의 성기를 의미한다. 이는 대추나무에 충격을 주어서 열매를 많이 열리게 하는 방법이다. 나무는 충격을 받으면 죽음을 예감하기 때문에 후손을 남기기 위해 다른 해보다 열매를 많이 만든다.
대추나무의 잎은 늦은 봄에 돋는다. 그래서 매실나무와 살구나무 등에 비해 늦게 잎이 돋아서 느릿느릿한 양반을 닮아 '양반나무'로 불린다. '회남자 시칙'에서 대추나무를 11월의 나무로 삼은 것은 열매가 익는 시기를 고려한 것이다. 이 달은 해가 짧아지면서 음양이 다투는 시기이니, 군자는 목욕재계하고 조용한 곳에 머물며 몸을 고요히 하고 음악과 여색을 멀리하며 욕망을 억제한다. 그래서 신체를 안정시키고 심신을 편안하게 한다.
열매는 결과(結果)를 의미한다. 결과는 과정이 충실할 때만 좋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는 과정에 충실하지 않은 채 결과를 기대한 사람이 많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위해 서는 성실해야 한다. '중용'에는 '성실은 하늘의 길이고, 성실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람의 길이다'고 언급돼 있다. 대추나무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은 하늘의 길을 본받았기 때문이니, 인간이 대추나무의 열매를 취할 때도 하늘의 길을 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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