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단체장의 정치적 중립의무

입력 2019-10-02 11:22:17 수정 2019-10-02 16:47:21

배지훈 대구 달서구의회 의원

배지훈 대구 달서구의회 의원
배지훈 대구 달서구의회 의원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각 당의 선거 준비를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서로의 정치적 행위와 발언들에 대한 민감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각 자치단체는 중앙정치의 거친 격랑 속에 휘말리지 말고 오로지 자치단체 본연의 업무에만 전념해야 한다.

우리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 규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공무원은 SNS에 특정 후보가 올린 게시글에 응원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만 눌러도 선거법 위반 행위에 해당해 기소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무원은 직업 공무원은 물론이고, 정치적 공무원인 대통령, 자치단체장도 포함한다.

반대로 선거에 영향을 받는 정당 소속 국회의원·지방의원은 예외가 된다. 이들은 정당의 대리인이자 선거운동 주체로서의 지위로 인해 근본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될 수 없는 위치에 있어서다. 즉 선거에 영향을 받는 정당 소속 의원들과 달리 행정기관 단체장은 공정선거를 보장하고 관리해야 할 위치에 있다.

단체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곧 정치활동의 금지나 완전한 정치적 무관심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 활동이 금지된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단체장은 정당의 당원이나 간부로서,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고 통상적인 정당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당대회에 참석해 정치적 의견 표명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단체장이 정치인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려 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 제7조 1항의 요청에 어긋나거나 자신의 언행이 향후 정치적으로 파장을 불러올 것이 예상된다면 단체장은 그에 상응해 절제와 자제를 해야 할 것이다. 주민 시각에서 볼 때, 직무 외에 정치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장이 더 이상 자신의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수 없으리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나 자치단체의 장은 자신의 직무 기능이나 영향력을 이용해 선거에서 주민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정당 간의 경쟁 관계를 왜곡할 가능성이 다른 공무원에 비해 훨씬 크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의 장에게는 더욱 엄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오늘날 지방의 큰 화두는 지방분권이다. 지방분권은 재정적 독립뿐만 아니라 정치적 독립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중앙정치의 격랑 속에 자치단체가 흔들린다면 결코 완전한 지방분권은 실현될 수 없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구조 속에서 선거가 다가올수록 각 지역의 단체장들에 대한 정치적 압력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시기일수록 단체장들은 전체 주민의 시각에서 중립적으로 처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권영진 대구시장의 '조국 사퇴' 1인 시위처럼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단체장이 직접 나서는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논란은 물론이고 그 지역에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구시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기초단체장들은 여야를 모두 아울러 중립적 처신을 해야만 지역 발전은 물론이고, 지방자치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이 중앙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지방분권의 실현에 이르는 길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