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웬만한 집 대문에 '개(犬) 조심'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방문객이든 불청객이든 조심하라는 표현이자, 경고의 메시지였다. 당시엔 개가 크고 위협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개는 사람에게 인생을 반려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반려동물 인구 1천만 명 시대가 이를 대변한다. 하지만 개가 우리 곁에 너무 가까이 있고 친숙해졌기 때문일까. 예기치 않은 사건도 많이 벌어진다.
지난 2일 경북 구미경찰서에 20대 여성이 대형견에 물려 큰 상처를 입었다는 고소가 접수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충남 보령시의 한 자동차 튜닝숍을 찾은 A(24) 씨가 대형견에 물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다. A씨를 문 개는 무게가 50㎏에 달하는 '알래스칸 맬러뮤트'였다고 한다. 구미에 사는 A씨는 당시 친구와 함께 튜닝숍에 들렀다가 화장실에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개 물림' 사고가 심상찮다.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손금주 의원(무소속)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개 물림 사고 피해자는 모두 1만614명에 달했다.
특히 2014년 1천889건이던 개 물림 사고는 2016년 2천111건, 2017년 2천404건, 2018년 2천368건으로 집계됐다. 5년 동안 25%가량 급증한 것이다.
최근 개 물림 사고는 공공장소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난 7월 초에는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폭스테리어'종 한 마리가 3살 여자아이를 물어 큰 상처를 낸 일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개 물림은 단순한 사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에게는 당시가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순간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너무 무서워 대형견이 쓰는 개집으로 도망쳐 안에서 문을 잠근 채 덜덜 떨었다"고 회상했다. A씨는 사고 후에도 환청에 시달리는 등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한다. 개는 엄연히 본능에 충실한 동물임을 감안한다면 사고 당시가 얼마나 끔찍했는지는 쉽게 그려볼 수 있다.
개 물림 사고는 대부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우리 개는 순하다', '우리 개는 그렇지 않다'는 견주들의 안일한 생각과 방심이 이런 불행을 낳고 있다.
지난달 초 부산 해운대해수욕장를 방문했을 때가 기억난다.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몸 길이가 족히 1m 넘는 개를 끌고 가는 한 40대 여성이 보였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목줄만으로는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라고 했더니 "(불쾌하다는 듯) 뭐가요"라고 하곤 유유히 가버리는 것이었다. 목줄 하나로는 전혀 통제가 안 될 것 같은 모습이 위태롭게만 보였다.
예방 차원의 관리 규정도 느슨하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맹견 5종에만 외출 시 입마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어겼을 때는 과태료 부과 규정이 있지만 실제로 처벌받는 경우가 많지 않아 실효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또한 이 5종에 포함되지 않으면 아무리 덩치가 크고 위협적인 개라도 입마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현행 법이다.
견주들의 전반적인 '펫티켓'(펫+에티켓)은 몇 년 사이에 크게 나아졌다.
주변만 둘러봐도 공공장소에서 개가 크게 짖는 것을 제지하거나 개의 배설물을 치우는 행위는 자연스럽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개 물림에 대한 견주들의 경각심이다. 자신이 키우는 개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를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사람과 개 사이의 공존은 결국 견주들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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