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직장·자궁이 밖으로…노년기 여성의 말 못하는 고민 '배변장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변이 새어 나오는 '변실금'. 65세 이상 노인 6, 7명 중 1명이 경험하고, 특히 여성은 4명 중 1명꼴로 겪는 불편한 증상이다.

부끄러운 마음에 가족,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참고 지낸다. 병이 아닌줄 알고, 또는 치료가 안되는 것으로 여겨 병원에 가는 것도 주저한다. 대한대장항문학회에 따르면 변실금 환자의 3분의 1이 자신의 질환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으며, 63%가 6개월 이상 지나서야 병원을 찾는다.

고령화 시대에 변실금, 변비 등 노인들이 겪는 배변장애가 급격히 늘고 있다. 출산 경험이 있는 노년기 여성들의 배변장애는 대개 골반근육의 약화로 비롯된다. 골반 내 장기를 받치고 있는 근육이나 인대가 약해지면서 직장, 자궁, 질 등이 밖으로 빠져나오거나 이로 인해 변비, 변실금 등 배변의 어려움이 생긴다.

◆여성 4명 중 1명이 겪는 장기 탈출, 배변장애 유발

골반 내 장기의 탈출은 안전한 출산 환경이 어려웠던 시대를 살아온 우리 어머니 세대의 상징적인 후유증이다.

과거 다산을 하던 세대는 집에서 출산하는 사례가 많아 분만 후 회음부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골반을 지지하는 근육이 탄력을 잃고 골반 장기가 밖으로 빠져나오는 증상을 겪는다. 여성 또한 육체적 노동이 많아 배에 가해지는 압력이 상승해 골반장기탈출증을 악화시킨다.

노인성 변실금은 대개 골반 내 장기탈출이 동반되면서 발생한다. 분만에 따른 회음부 손상, 항문수술로 인한 항문손상, 항문직장의 노화 현상(회음하강, 골반탈출, 직장탈출, 직장류) 등이 원인이다. 이 밖에도 직장암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 후, 염증성

장질환, 중추·자율신경 조절장애로 생길 수 있다.

구병원 구자일 병원장은 "배변에 어려움을 느껴 고생하는 분들이 과거엔 몰라서 병원을 찾지 않았지만, 최근엔 평균수명 증가로 고령의 여성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직장류, 탈직장, 자궁탈 등으로 인한 배변장애 수술이 5년 전만 하더라도 1년에 몇 건 안됐는데 지금은 한달에 10여 건씩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탈(脫)직장은 직장의 일부가 항문 밖으로 돌출되거나 빠져나와서 덩어리가 매달린 채 있어 대변이 새어 나온다. 나온 직장은 외부와의 마찰로 부플어 오르거나 다시 들어가지 않아 조직이 괴사하는 경우도 있다.

자궁탈은 자궁이 질을 통해 빠져나오는 것으로 고령에 의한 회음부 지지조직의 취약화, 불량한 배변습관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직장류는 직장과 질 벽 사이가 약해져 직장 벽의 일부분이 질쪽으로 밀고 들어가 항아리처럼 주머니가 만들어진다. 이 곳에 변이 들어가 나오지 못하고 굳어져 변비가 된다. 손으로 항문 주위를 눌러 짜야 겨우 변 배출이 가능하다.

◆MRI 배변조영술로 진단, 인공장막 고정해 처진 장기 받쳐

배변장애를 수 십년 참고 지내온 환자들은 "밑이 빠지는 느낌이 들고, 질 부분에 덩어리가 만져 진다"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 노인성 배변장애는 그동안 환자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져도 참아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되어, 유병률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또한 전문적 진료를 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었고 경험 부족으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치료 분야에 속했다. 대장항문외과와 산부인과, 비뇨기과, 영상의학과 등이 협진을 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

직장, 자궁, 질이 빠져나와 생기는 배변장애 질환은 골반 내 장기가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하나의 장기나 신경조직, 근육 등이 손상되면 다른 장기까지 손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하나의 장기만 빠져나오지 않고 직장, 자궁, 질 등 여러 장기가 복합적으로 탈출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경항문 수술'이라고 해서 밖으로 돌출된 장기를 절제하고 항문을 좁히는 일종의 항문성형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 수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발이 잦아 배변장애를 해결할 수 없었다.

최근에 복강경을 이용해 인공장막을 척추 천골에 고정시켜 골반저근육을 대신하는 '인공장막 고정술'을 실시한다. 처진 직장, 자궁을 장막이 받쳐줌으로써 더 이상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노인성 배변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는 수술에 앞서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구병원 구자일 병원장

MRI 검사를 통해 배변 기능과 장기의 움직임을 동영상처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MRI 역동적 배변조영술'이 개발되어 있다.

역동적 배변조영술은 인공장막 고정술 수술 후에도 이상 부위의 정상기능 확인까지 가능하다.

구 병원장은 "인공장막 고정술 시행 이후 변실금과 요실금까지 개선돼 환자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 말 못하는 고민을 평생 가져가지 않도록 부모님의 불편함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도움말 구자일 구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