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는 영리한 동물이어서 재롱을 잘 부린다. 그에게는 그게 불행이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원숭이를 돈벌이에 이용했다. 원숭이를 길들이는 묘안이 있다고 한다. 원숭이가 보는 앞에서 닭의 모가지를 칼로 내려치면, 닭은 퍼덕거리며 사방에 피를 뿌리다가 쓰러진다. 이 광경을 본 원숭이는 기겁을 하고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한다고 한다. 워낙 피를 싫어하는 원숭이의 습성을 악용한 것이다. 닭을 죽여(殺鷄) 원숭이에게 경고한다(儆猴)는 살계경후는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닭은 원숭이에 비해 흔하고 싸다. 닭 한 마리를 죽여 원숭이를 길들일 수 있다면, 그 몇 십 배, 몇 백 배의 돈을 벌 수 있다. 원숭이 주인에게는 수지 맞는 장사다. 하지만 닭은 얼마나 억울하고, 원숭이는 얼마나 무서울까. 인간은 참 사악한 동물인가 보다. 하나를 죽여 백에게 경고한다는 살일경백(殺一儆百)이나,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한다는 일벌백계(一罰百戒)도 비슷한 말이다. 살계경후나 살일경백, 일벌백계는 권력자들이 자주 사용해온 용인술의 하나다.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순종케 하려는 것이다. 공개 처형도 이러한 목적에서 탄생했다.
주(周)왕조 초기에 인재 등용이라는 미명하에서 전 왕조의 명사들을 체제 내에 편입시키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에 강태공은 본보기로 광휼(狂矞)과 화사(華士)라는 두 명사를 죽였다. 그랬더니 소위 은사(隱士)로 자처하며 비협력적인 태도를 보이던 자들이 앞다투어 주나라에 굴복했다고 한다.
살계경후나 살일경백은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자주 쓰이는 수단이기도 하다. 지난 세기 1990년대부터 미국은 그럴듯한 구실을 만들어 이라크를 두 차례 공격했다. 자기 말을 안 들으면 이라크처럼 당한다는 것을 중동 국가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미국이 관세로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 그랬더니 일본을 비롯해 미국과 무역 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쉽게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다.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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