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입니다.
오늘 '아니면 말고'의 주제는 "공익광고 힙합 음악, 힙한가요?"입니다.
저는 듣다가 사실 손발이 오글거려서 오징어되는 줄 알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라임이나 박자도 억지로 짜 맞춘 거 같고, 누가 봐도 힙합 하는 사람이 만들지 않았다는 느낌이 너무 들어서 광고 나올 때마다 항마력이 딸리는, 도저히 견디기 힘든 오글거림을 겪었더랬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힙합 음악이 광고에 많이 쓰이기는 하지만, 쓰이는 족족 손발 오글거림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 광고에 힙합이 쓰이면 부끄러울까요? 이 부분은 힙합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광고하려는 물건, 혹은 개념과 매칭이 안 될 때 발생합니다. 지난해에 박재범이 출연한 나이키 광고는 힙합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광고하려는 물건과의 정체성이 부합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힙합 래퍼들 중에 나이키 에어포스원 안 신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지 않나요? 이처럼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은 힙합이 간혹 표현하는 육체적인 강인함에 가장 잘 어울리는 광고물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른 물품의 광고로 넘어오면서 뭔가 이상한 착종이 일어납니다. 한 때 금융계에서 열심히 랩으로 광고를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IBK 기업은행이 송해 선생에게 랩을 시킨 광고, 그리고 우리은행이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내놓으면서 유재석에게 랩을 시킨 광고가 그 대표적인 사례죠. 이렇게 금융업계가 랩과 힙합을 이용한 광고를 내놨던 데에는 당시 은행에서 스마트금융을 표방하면서 자사 어플리케이션을 홍보하던 때였습니다. 한 마디로 힙합을 통해 젊은 층에게 어필해보겠다는 몸부림에 가까웠죠. 특히 빅모델이 랩을 하는 광고 컨셉트는 광고에 대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간부급들에게 '젊은 콘텐츠'임을 어필하면서 젊은이들에게도 무난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안전함도 담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단 말로 전달하기에는 랩만큼 압축적인 방식도 없기 때문에 한 때 선호됐었습니다.
공익광고 부문은 3년 전 금융계에서 유행하던 방식을 더 열화된 방식으로 들고 왔습니다. 일단 빅모델에게 랩을 시킬 예산은 없었을테니 어떻게든 저렴한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을 겁니다. 그러다보니 적어도 금융계 광고에는 그래도 맞아들어가던 라임과 박자가 공익광고로 오면 와장창 무너집니다. 당연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광고가 나오게 마련이죠.
이쯤되면 '누구를 위한 광고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외부인들이 보기에 '엄근진'의 대명사로 통하는 곳 중 두 곳이 금융계와 공무원계입니다. 너무 엄격, 근엄, 진지한 곳이다보니 내부적으로 '이 정도 하면 젊은이와 소통하는 광고라 할 수 있겠거니' 생각하고 만든 게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예전에는 공익광고도 튀는 느낌도 있었고 신선한 맛도 있었는데…. 뭔가 안타깝네요. 이화섭의 아니면말고,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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