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본 대한민국] 남성 육아휴직 시대…현실은?

입력 2019-09-07 18:00:00

바야흐로 남성도 육아휴직하는 시대입니다. 육아휴직이 도입된 초반 경직된 기업문화로 참여율은 저조했습니다. 그러나 ▷출산전후휴가급여 상한액 인상 ▷근로시간 단축제 개선 ▷육아휴직 사후 지급액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시행 등이 도입되면서 활용률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매일신문과 빅데이터 연구업체인 더아이엠씨는 '육아휴직'에 대한 빅데이터를 입수해 이에 대한 네티즌의 의견과 관심사를 조사했습니다. 분석 도구는 더아이엠씨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텍스톰(TEXTOM)을 활용했습니다.

육아휴직과 관련해 검색된 단어들을 관련성과 관계성에 따라 묶어봤더니 네 개의 묶음으로 나타났다. 각 점의 크기는 출현 빈도수의 크기를 나타냈으며, 점의 위치가 가까울수록, 연결된 선이 많을수록 관계도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텍스톰 제공
'육아휴직'과 관련해 검색된 단어들을 빈도수에 따라 조합해 놓은 워드클라우드. 단어의 글씨가 클 수록 출현빈도가 높다는 의미다. 텍스톰 제공.

육아휴직에 대해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아이', '회사' '복직' 등이었습니다. 이밖에 주목할 만한 단어는 '아빠' '남편'입니다. 이는 남성의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좋아지고 남성의 육아휴직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눈치' '걱정' '현실' 등의 단어들은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많은 직장인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육아휴직과 관련해 검색된 단어들을 관련성과 관계성에 따라 묶어봤더니 네 개의 묶음으로 나타났다. 각 점의 크기는 출현 빈도수의 크기를 나타냈으며, 점의 위치가 가까울수록, 연결된 선이 많을수록 관계도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텍스톰 제공

빅데이터로 모은 육아휴직에 관한 단어들은 크게 ▷걱정 ▷회사생활 ▷육아현실 ▷경력단절 등 4개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 단어들은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위의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육아휴직과 관련된 각 키워드에 대해 어떤 의견을 보여주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걱정 관련 키워드 = 아이, 복직, 회사, 경제, 스트레스, 걱정

육아휴직을 앞두고 있거나 육아휴직 중인 직장인들이 하는 걱정은 ▷회사에 복직하면서 아이를 육아하는 것 ▷아이를 친정과 시댁에 맡기는 것에 대한 부담감 ▷육아휴직의 기간을 나눌 수 있는지, 나눌 수 있다면 어떻게 나눌지 등이 있었습니다. 특히 육아휴직으로 줄어든 벌이에 대한 걱정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일부 직종에 종사하는 직장인의 경우 육아휴직 사용 가능성에 대한 걱정도 존재했습니다. 이는 직종에 따라 육아휴직 및 출산휴가의 사용에 제한이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IMG03}]

"이제 육아휴직 끝나고 일하러 가야 되서 아이 걱정이네요. 친정엄마가 봐주기로 해서 다행이긴 한데 힘들어 하실 거 같아 마음이 그렇네요" (네이버 dudd****)

"현재 육아 휴직중입니다. 나라에서 돈 받고 신랑 월급으로 생계 유지하고 있는데 여기저기 나갈 돈이 많아 걱정이네요. 알바라도 해야 할까요?" (네이버 wngm****)

◆회사생활 관련 키워드 = 출산휴가, 육아휴직급여, 실업급여, 퇴사

상위 키워드인 '육아휴직급여' '실업급여' '퇴직금'은 모두 경제와 연관된 것인데, 육아휴직 후 벌이가 줄어드는 데에 대한 부담으로 육아휴직급여의 액수, 육아휴직 후 실업급여 수령 가능 여부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면서 회사로부터 부당한 해고, 권고 사직을 권유 받은 사례들로 인해 '해고' '사직' 키워드도 등장했습니다. 육아휴직으로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점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지켜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IMG03}]

"저 오늘 결국 권고사직 당했어요. 육아휴직 갔던 직원이 복직한 것도 이례적이라 하더니 결국은 이렇게 되네요." (네이버 delo****)

"회사 눈치 엄청 주는데 육아 휴직 냈습니다. 베이비시터 구하려다 내 아이 크는 모습 내가 안 보면 무슨 의미인가 하는 생각에 남자 육휴 써봤습니다." (네이버 mb07****)

◆육아현실 관련 키워드 = 아빠(남편), 단축근무, 워킹맘, 맞벌이, 어린이집

워킹맘들이 겪는 현실 육아에서의 어려움과 걱정들도 나타났습니다. 단축근무를 허가해주지 않거나 육아휴직을 사용하려 했지만 단축근무를 강요하는 사업주에 대한 불만도 있었습니다.

워킹맘이 자녀가 다닐 어린이집에 대한 걱정과 관련 정책에 대한 요구를 많이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0~5세 영유아를 둔 부모들이 원하는 육아지원정책은 '국공립 어린이집 늘리기'였습니다.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며 남편의 육아휴직 사용과 관련한 갈등도 나타났습니다.

[{IMG03}]

"육아휴직 1년 되냐 (물으)니까 출산휴가 3개월만 쓰라고 했던 팀장님.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꾸나요" (네이버 jung****)

"육아휴직 끝나면 어린이집 보내야 하는데 벌써 걱정이네요. 좋은 곳 찾아서 아기 태어나면 바로 대기 넣어야 할 것 같아요" (네이버 bokr****)

◆경력단절여성 = 취업, 일자리, 경단녀

경력단절여성이란 출산이나 육아 등의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여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고용노용부의 여러 지원 정책에도 경력단절여성들이 재취업을 할 때는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일·가정 양립 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임신 직전 취업 중이었던 기혼 여성들은 첫째 자녀 출산 전후로 65.8%, 둘째 자녀 때 46.1%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고 조사됐습니다.

"파견직, 계약직, 육아휴직 대체직 등 어디든 지원해봤고 회사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나는 번번히 탈락했다. 전화 인터뷰 할 때 내 상황을 말하면 끊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네이버 mintsun***)

"2년의 경력단절이 생겨서 고민이에요. 회사와 집이 멀어 복직을 못했고 집 근처 회사를 알아봐야 하는데..." (네이버 rhyang11***)

◆바야흐로 남성 육아휴직 시대...현실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직장인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 여러 이유로 자신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처해져 있는 직장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경력단절 문제는 우리 사회의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이기도 합니다.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노동 환경과 대체 인력 운영이 힘든 기업의 고충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