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세상에서 독서와 사색으로 실천의 걸음을 배우다
매년 여름이면 가슴 깊은 곳에서 떠오르는 초심 같은 문장이 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로 시작하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의 '여름 징역살이'라는 글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글은 대학시절,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 전부이고 나의 고민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던 정저지와(井底之蛙)였던 나의 마음에 던져진 큰 돌멩이였다. 수인이었던 저자 신영복은 한 달에 한두 번 보낼 수 있는 편지와 엽서를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과 자연의 소중함을 행간 행간마다 담아냈다. 이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사람에 대한 편견 없는 생각의 결을 다듬어준 내 인생 책이 되었다.

저자 신영복은 1941년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육사 경제학 교관으로 재직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20년 20일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가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 후 성공회대 교수를 역임하면서 정치경제학, 중문학 등을 강의했고 1998년 사면 복권됐다. 2006년 정년퇴임 후 같은 대학 석좌교수로 강의와 연구, 집필을 이어가다 2016년 세상을 떠났다. 1988년 출소와 함께 출간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초판에는 1976년 2월 편지부터 출소까지 지인들에게 보낸 엽서와 편지를 수신자 별로 나누어 실었다. 1998년 출판한 증보판에는 출소 후 발견한 1969년, 1997년의 메모와 편지를 더해 옥중생활 시기별로 정리해서 실었고 저자가 직접 소제목을 다시 달았다.
책을 처음 읽고 난 후 25년이 지난 후인 올 여름, 증보판을 다시 펴들었다. 예전에는 갇힌 세상에서 펼쳐낸 사색의 결실을 감성적으로 읽었다면 이번에는 저자의 독서 철학과 독서 이력을 따라가며 읽었다. '독서는 타인의 사고를 반복함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생각거리를 얻는다는데 보다 참된 의의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 신영복은 옥중생활 동안 '난중일기', '맹자', '춘추', 율곡의 '공론', 허균의 '호민론', '실학', '대학', '주역', '시경' 등 동양 고전을 통해 삶에 대한 인식의 영역을 넓히고 깊이를 더했다. 더불어 '밑바닥'의 삶을 살고 있는 옥중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옥중을 삶의 훌륭한 교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독서와 관계를 통한 배움을 인식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저마다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걸음걸이로 실천의 대륙으로 걸어가길 당부하고 있다.
'책이란 자기가 변하면 내용도 변하는지 다른 느낌을 받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다시 읽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또 다른 책으로 나에게 돌아왔다. '사랑이란 생활의 결과로서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그냥 입으로만 읽던 문장을 이제는 온 몸으로 공감의 전율을 느끼며 읊조릴 수 있는 까닭도 나의 지난 25년 인생수업 시간 덕분이리라. 매미의 절창이 이울고 숨을 들이 마시면 신선한 바람이 가슴 깊이 스며든다. 가을이다. 저자 신영복이 터놓은 동양 고전의 호젓한 오솔길로 가을 산책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이번 가을에는 독서와 사색이 영글어 튼실한 실천의 열매가 열리길 기대해본다.
남지민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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