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대통합 논의 출발, 보수정당으로부터 러브콜 받는 유승민·안철수 행보는?

입력 2019-08-22 18:59:05

새롭게 추진 중인 중도보수통합신당행 유력, 보수분열 공격 넘어야
바른미래당 제3당 한계 있어 차기 대통령선거까지 고려하면 매력 없어
친박계가 최대세력인 자유한국당 유승민 받아들이기 어려워, 안철수 한국당 합류 명분 호남에 설명해야 하는 부담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1위 달리는 황교안 대표가 공천권 쥐고 있어 대권경쟁자 영입 가능성 적어
공천 국면에서 이탈하는 세력과 비박계 그리고 보수성향 시민단체 연합하는 중도보수통합신당에서 총선 치르고 대권경쟁 치를 가능성 높아

바른미래당 안철수(오른쪽)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마친 뒤 유승민 공동대표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오른쪽)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마친 뒤 유승민 공동대표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보수대통합 논의가 시작되자 유승민·안철수 전 바른정당·국민의당 대표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내홍에 휩싸인 바른미래당은 물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도 구애의 손짓을 보내는 중이다.

두 정치인이 '합리적 보수'와 '새 정치'의 상징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내년 국회의원선거는 물론 차기 대통령선거까지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도보수신당 행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 보수정당들 '합리적 보수'와 '새 정치' 상징에 러브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2일 매일신문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바른미래당 당적을 가졌던 인사들이 지금도 한국당에 오고 있다. 문호는 늘 열려 있다"며 "자유 우파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당으로 들어와도 좋고 우리가 막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앞서 지난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보수 성향 시민단체 '플랫폼 자유와 공화'의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 참석해 "안철수 전 의원부터 우리공화당에 이르기까지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 모두 같이하는 게 진정한 반문(재인) 연대"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승민 전 대표의 복당과 내년 총선 서울 출마를 권유한 바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20일 '손학규 선언'을 통해 "제가 직접 나서 블루오션인 바른미래당으로 안철수·유승민을 끌어들이겠다"며 "손학규와 안철수, 유승민이 함께 화합해 앞장서면 다음 총선은 우리의 승리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보수정당들은 그동안 개혁보수를 주창해 온 유승민 전 대표를 영입하거나 전면에 내세울 경우 당의 혁신 작업에 탄력이 붙으면서 대국민 이미지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새 정치를 표방하며 38석을 확보한 안철수 전 대표는 보수정당이 지역적으로는 호남, 이념적으로는 중도 성향 유권자를 설득하는데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두 정치인에게 기존 보수정당은 매력적인 둥지가 아니다. 차기 대선까지 고려하면 더욱 선택지에서 멀어진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3일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3일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에서 '개혁과 정치'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모두 두 정치인에게 매력적이지 않아
두 사람은 지난 2017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군소정당 후보의 한계를 뼈저리게 체감했다. 바른미래당의 전면에 나서는 결단을 머뭇거리는 이유다.

제3정당의 돌풍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당의 간판으로 총선에 나섰다가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지 못 하면 정치생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더라도 바른미래당이 제1야당이 되지 못 하면 차기 대선에 다시 군소정당 후보로 나서야 한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연동형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지 않고는 구조적으로 제3정당이 국내에 뿌리를 내릴 수 없다"며 "이 같은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전직 대표가 낙관할 수 없는 내년 총선 결과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거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당의 영입제안을 수락하는 모양새도 꺼려지긴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이렇다 할 과거단절과 쇄신 성과를 내놓지 못한 정당에 가담했다가 참신한 이미지만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승민 전 대표는 자신을 '배신자'로 낙인찍은 친박계가 당내 최대세력인 상황에서 입지를 다시 구축해야 하고 안철수 전 대표는 호남에 한국당 합류 명분을 설명해야 한다.

특히 한국당에는 현재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황교안 대표가 당권을 잡고 내년 총선에서 자기 세력을 불리기 위한 채비에 돌입한 상황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한국당은 두 정치인을, 두 정치인은 한국당을 차기 대선준비를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라 현실적인 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지난해 7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지난해 7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 한국당 이탈세력 합류할 중도보수신당이 유력한 종착지로 거론
두 정치인은 내년 총선 후 제1야당이 될 가능성이 큰 정치세력과 의기투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목적지가 대선이기 때문이다.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안하고 있는 중도보수정당이 유력한 종착지로 거론된다.

내년 총선 공천정국에서 한국당이 분열하면 한국당 이탈세력과 기존 제3정당에서 보수이념을 지켜 온 인사들 그리고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가 규합하는 정치세력이라면 두 사람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평가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20일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서 "(기존의) 보수 정당의 자기혁신은 불가능하고 새로운 중도 세력을 구심점으로 (신당이) 세워지고 보수정당 내 혁신세력이 함께 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제3지대 통합론'을 제안했다.

새롭게 탄생할 중도보수정당이 한국당을 '탄핵정당', '도로친박당', '극우정당' 으로 규정하고 오른쪽 끝으로 몰아붙이면 내년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두 정치인에게도 한국당과 연대하지 않으면서 제1야당에서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은 공천정국에서 한국당 이탈세력이 얼마나 생기느냐가 핵심 아니겠느냐!"며 "두 사람이 새롭게 탄생할 중도보수정당에서 총선을 치르고 그 결과 위에서 대선경쟁을 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분열 공세는 넘어야 할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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