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은 죽었다"…카약 타고 13일간 낙동강 종주한 양돈영 씨

입력 2019-07-16 19:47:56

“상류부터 하류까지 모든 영남인이 힘 합쳐야”

탐험가 양돈영 씨가
탐험가 양돈영 씨가 '생명품은 낙동강을 영풍이 다 죽인다'는 수건을 들어보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낙동강변에 사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낙동강은 죽었다'고 말합니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13일간 카약을 타고 낙동강을 종주한 탐험가 양돈영(62) 씨. 지난 11일 대구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양 씨는 "낙동강 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개탄했다.

양 씨는 낙동강 물의 상태가 어떤지 보고 싶다는 생각에 카약을 강물에 띄웠다고 했다. 양 씨가 종주를 시작한 지점은 강원 태백 황지천의 구문소. 구문소는 낙동강의 최상류보다 더 위에 있는 곳이다. 양 씨는 이곳부터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까지 무려 410여㎞를 카약으로 종주했다.

낙동강에 낀 이끼 덩어리와 녹조. 본인 제공.
낙동강에 낀 이끼 덩어리와 녹조. 본인 제공.

그나마 낙동강 최상류의 수질은 괜찮을 것이라는 양 씨의 예상은 초장부터 빗나갔다. 강변의 돌에는 화학 물질이 남긴 띠가 끼어 있었고, 군데군데 쓰레기도 떠다녔다. 양 씨는 "태백에서 낙동강으로 흐르는 최상류 물부터 이미 수질이 엉망이었다"고 했다. 그는 영풍 석포제련소라는 공해물질 배출공장이 떡 하니 버티고 있으니 수질이 좋을 수가 없다는 생각에 종주 2일 차이던 지난달 21일에는 석포제련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석포 하류인 경북 안동 도산면에서 만난 한 주민은 양 씨에게 "어릴 때만 하더라도 강에 고디(다슬기), 말조개, 물새우 등이 살았는데 지금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잉어 사체로 추정되는 물고기가 낙동강변에 죽어있는 모습. 본인 제공.
잉어 사체로 추정되는 물고기가 낙동강변에 죽어있는 모습. 본인 제공.

구미 취수장 인근 역시 수질은 엉망이었다. 그는 증거로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아직 성어가 되지 못한 채 배를 드러내고 죽은 물고기, 어디서 떠내려왔는지 알 길이 없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등 생활폐기물, 녹조와 이끼 덩어리 등이 가득했다.

비가 내린 날, 빗방울과 강 수면이 부딪히며 생긴 기포. 본인 제공.
비가 내린 날, 빗방울과 강 수면이 부딪히며 생긴 기포. 본인 제공.

특히 양 씨는 비가 억수처럼 쏟아진 어느 날, 빗방울과 낙동강 수면이 부딪힐 때 기포가 생기는 특이한 장면을 목격했다고 했다. 양 씨는 이를 두고 "화학 세제가 강에 너무 많이 방류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시민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낙동강 수질을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양 씨는 "비닐과 스티로폼, 화학 세제 사용을 줄이고 강에 쓰레기가 될만한 것들은 버리지 말아야 한다"며 "낙동강 수질 문제는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부산·경남을 아우르는 영남권 전체의 문제다. 낙동강 상·하류를 막론하고 모든 시민이 힘을 합쳐 시민운동 형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씨가 발견한 낙동강의 스티로폼 더미. 본인 제공.
양 씨가 발견한 낙동강의 스티로폼 더미. 본인 제공.

인터뷰 도중 양 씨의 휴대전화에서는 '낙동강아'라는 벨소리가 흘렀다. 김강주라는 지역 가수가 작사·작곡한 곡으로 양 씨의 낙동강 종주를 기념해 선물 받은 노래라고 했다. 양 씨는 "나는 단지 낙동강을 사랑하는 시민"이라며 "영남인들이 낙동강에 관심을 두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3일간 낙동강 종주 경험을 설명 중인 양돈영 씨.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3일간 낙동강 종주 경험을 설명 중인 양돈영 씨.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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