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이리저리 살피고 연구하다 보면 단지 가수들만 분석하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 아이돌 주변에서 이들을 돕는 사람들도 함께 알게 된다. 작사가, 작곡가, 뮤직비디오 감독뿐만 아니라 아이돌을 만드는 데에는 콘셉트를 만들어내는 디렉터도 있기 마련이다. 민희진 SM엔터테인먼트 아트디렉팅 총괄이사는 그러한 디렉터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민희진 이사는 2002년 SM엔터테인먼트에 공채로 입사, 2017년 아트디렉터 총괄이사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07년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의 콘셉트, 앨범아트, 스타일링, 디자인 등을 담당했고, 이후 f(x)(에프엑스), EXO(엑소), 레드벨벳 등의 비주얼적인 요소에 대해 감독을 맡았다. 쉽게 말하면 2007년 이후 SM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아이돌은 다 민 이사의 손을 거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f(x)는 민 이사의 아트디렉팅 덕분에 '독특한 걸그룹'으로서의 이미지를 갖게 됐으며, 음악과 비주얼 모두 놓치지 않는 흔치 않은 걸그룹이 됐다. 걸그룹으로서의 f(x)는 이후 나온 레드벨벳부터 다른 걸그룹의 전범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SM엔터테인먼트에 지대한 공헌을 한 민 이사는 올해 SM엔터테인먼트 등기이사 명단에서 빠졌다가 지난 1일 공식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브랜드 총괄로 새롭게 합류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민 이사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빅히트 및 빅히트의 관계사 전반에 대한 브랜드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는다. 또한, 빅히트 레이블을 제외한 빅히트 산하 다수 레이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맡으며 새로운 걸그룹을 만들어 낼 계획이라고 다수의 언론이 전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민희진 SM 이사를 영입한 것은 아이돌 판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을 예고한다. 일단 빅히트와 관계사 전반 브랜드를 총괄한다는 것은 빅히트가 적어도 내년부터는 방탄소년단을 넘어 다양한 아이돌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현재 빅히트 소속 가수는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이현 등 3팀밖에 없기 때문에 양적으로는 소위 '3대 기획사'에 못 미치는 라인업이다. 게다가 빅히트는 '걸그룹은 만들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티스트의 다양화를 넘어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서라도 빅히트는 걸그룹이 필요하다. 이를 '아웃소싱'이라는 방법으로 타개하기 위해 민희진 이사를 영입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솔직히 이번 소식을 전하면서 걱정보다는 기대가 더 크다. 사실, 이런저런 이슈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이돌 판이 사실 뭔가 정체돼 있는 상태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모습이 좀 답답하다. 민희진 이사의 이적이 아이돌 판뿐만 아니라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신선한 무언가를 내놓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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