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급 병원 운영 야간 응급실도 사라진다

입력 2019-07-02 21:00:00

동네병원 응급실 역할 '응급실설치기관' 2015년 14곳에서 절반으로…경증환자들도 대학병원 응급실行 악순환

대구지역 중소형급 병원에서 운영하던 야간 응급실이 사라지고 있다. 구 별로 2, 3곳씩 있던 '동네병원 응급실'이 경영난 때문에 최근 1, 2 년 사이 눈에 띄게 줄었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확대하고 대학병원의 선택진료비를 없애는 등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큰병원 문턱이 낮아지자 중소병원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

대구지역 응급의료 체계는 현재 대학병원 중심의 권역 및 지역 응급의료센터 6곳과 대구시가 지정한 지역응급의료기관 9곳이 있다. 여기에다 중소형급 병원들이 의료 인력과 진료 기준 여건에 맞춰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응급실설치기관 8곳이 추가된다.

동네병원 응급실 역할을 하는 '응급실설치기관'은 2015년 14곳이었지만 2018년 이후 절반으로 줄었다. 올해 동산병원 이전으로 남은 대구동산병원이 합류해 8곳이 됐다. 북구에만 3곳이던 응급실은 모두 문을 닫았다.

북구의 한 주민은 "밤중에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를 데리고 동네병원 응급실을 찾아가 링거 처방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젠 큰맘 먹고 대학병원에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소병원의 사정을 들어보면 응급체계의 '허리 역할' 붕괴를 실감할 수 있다. 동네병원 응급실이 줄고 있으니,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쏠림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나온다.

수년 전까지는 대구시 지정 응급의료기관이었으나 응급실 설치 병원으로 변경한 수성구의 E병원. 이 병원 야간 응급실은 당직의사 1명, 간호사 2명, 방사선사 1명, 원무과 접수직원 1명 등 모두 5명으로 운영했다.

과거엔 주말 동안 많을 때는 170~180명 정도 응급실 내원환자가 있었으나 최근 100명 밑으로 떨어졌다. 사고도 많이 줄고, 119 이송 단계에서 환자들이 큰병원을 선호한다는 것. 이는 병원 매출액 감소로 이어져 매달 평균 2~3천만원의 적자 누적으로 나타났다. 또 24시간 인력 운영에 따른 추가 부담도 한몫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E병원은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올해 2월 '야간진료센터'로 변경해 밤 10시까지 운영했다. 이마저도 6월부터는 야간 진료시간을 오후 7시로 줄였다. 환자 불편은 알지만 인력 운영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E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이든 야간진료센터든 중소병원 입장에선 경영에 도움에 되지 않는다. 다른 병원들도 없애려고 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낮이라면 동네병원에서 해결할 일을 대학병원 응급실로 몰리니 낭비가 발생한다. 경증환자들이 응급실 베드를 차지해 혼잡해지고, 중증환자들의 진료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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