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커튼콜

입력 2019-06-25 11:21:07

김동훈 연극배우

김동훈 연극 배우
김동훈 연극 배우

배우로서 연극에 참여하거나 또는 관객으로서 공연을 관람할 때 작품의 열기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커튼콜(Curtain call)이다. 커튼콜은 연극이나 무용, 음악회 등의 공연작품에서 막이 내린 후 공연의 모든 참여자가 무대 앞쪽으로 나와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커튼콜은 작품의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만 볼 수 있으며 작품의 일루전(illusion)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극적 장치라 볼 수 있다.

공연의 마지막 장치인 커튼콜을 진행하는 동안 관객은 작품에 대해 느꼈던 감흥에 답하고자 감격에 겨운 박수를 보내거나 작품이 좋지 못한 경험으로 남을 때는 냉소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한편 배우의 입장에서 커튼콜을 맞이할 때는 귀한 시간을 내어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이며 이 시간 이후 배역으로서의 인물이 아닌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별의 인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커튼콜의 경험은 반성과 자책, 배우라는 자긍심을 동시에 가져다주며 무엇보다 무대에서의 연기를 종종 그리워하게 한다.

커튼콜은 작품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존재한다. 기약 없는 만남을 서로 약속하듯이, 혹은 무운을 빌어주기라도 하듯이……. 무대 위의 연극배우가 아닌 팬을 쥐고 책상 앞에 앉은 연극배우는 또 다른 커튼콜을 맞이하고 있다. 말은 발화되어 어디론가 사라지지만 글은 스스로의 흔적을 남기기에 부끄럽지 않은 글이란 밤잠을 설쳐도 닿기 어려운 것이었다. 때때로 글에 대한 중압감은 나를 날카롭게 하였지만 오늘은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지면에서의 커튼콜을 맞이한다.

한 젊은 연극배우의 사색을 읽어보는 독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과 호흡으로 받아들였을지 모르겠다. 연극이었다면 커튼콜을 통해 관객들의 눈을 직접 마주보며 작품의 열기를 체험할 수 있겠지만 지면을 통한 커튼콜은 달리 확인할 길이 없어 이 점은 아쉽다. 독자여러분들 중 일부는 나의 글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연극배우의 현실을 보며 안타까워 하셨을 수도 있고, 희망을 갖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준 분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독자의 반응은 하나하나 소중하고 귀한 관객이다.

글을 쓰는 데에 있어 스스로의 한계와 부족함을 느꼈지만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글이 아닌 작품에서의 배역으로 관객과 만나고자 한다. 그때는 커튼콜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힘찬 박수와 호응을 부탁드린다. 오늘도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각자의 커튼콜을 향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독자 여러분의 축복과 평안을 빈다. 김동훈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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