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충고·사생활 지적하는 선배들 상명하복 강요하고 욕설 막말 뱉어
충붕히 들을 만한 얘기 조차도 희화화, 강요보다는 부드러운 화법 사용해야
'늙은이', 학생들의 은어로는 '선생님'을 뜻하는 '꼰대'. 자신이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며, 권위주의적이고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이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군기가 빠졌네',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등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일반화해서 아랫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꼰대질'은 여전히 사회 전반에서 세대 간의 소통을 가로막고, 본인만 인지하지 못하는 폭력을 행사할 때도 있다. 꼰대질에 때론 저항하고 처음부터 얽히지 않으려 애도 써보지만 꽉 짜인 조직 생활에서 꼰대를 피하기란 쉽지 않다. 꼰대의 유형과 해결책에 대해 알아봤다.


◆ 꼰대 유형
꼰대도 여러 유형이 있다. 먼저 '골목대장형'으로 '까라면 까'라는 식의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유형이다. 나이나 직위 같은 서열을 강조하며 상하 관계를 중시하는 이들은 자신이 윗사람이니 상대가 자기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이나 지위라는 힘으로 남을 찍어 누르면서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모욕이나 막말, 욕설 같은 언어폭력을 구사하기도 한다.
'동네반장형' 꼰대도 있다. 이들은 가족사를 비롯한 호구 조사하듯 사생활을 꼬치고치 캐묻거나 모든 일에 참견하려는 유형이다. 이들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말을 거침없이 한다. '사감선생형' 꼰대는 동네반장형 만큼이나 피곤한 스타일이다. 상대방의 인사나 표정 등 자세를 지적하며 고치려 한다. 인사와 예절부터 말투·표정을 비롯해 태도, 옷차림·화장·헤어스타일 같은 외모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 걸고 넘어진다.
'자칭 멘토형' 꼰대도 있다. 자기의 경험이 전부인양 충고와 지적을 즐기며 가르치려 드는 유형다. 꼰대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꼰대인지 모르며, 되레 스스로 멘토라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의 특별한 성공경험이 보편적이고 전부인 것처럼 사사건건 가르치려고 한다. 이런 유형은 조언을 구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충고와 지적을 하사하듯 하며, 자신의 견해와 사고방식대로 해야 성공한다고 강요한다. 이들은 '나는 꽤 괜찮은 선배'라는 식의 자기만족을 느끼기도 하지만, 정작 듣는 이들은 먼나라 이야기로 그 견해에 동의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불장군형' 꼰대도 있다. 사회변화나 세대별 차이를 무시한 채 후배가 틀렸다는 식으로 밟고 올라가 자신의 아성을 구축하고 그들만의 세계를 연장하려 한다. 이런 꼰대는 후배에게 '네가 틀렸다'는 것을 주입하며 말투가 '네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식다. 이들은 의견이 맞서면 자기 견해를 먼저 고집한다. 이런 유형은 자기보다 나이가 적거나 연차가 낮은 직장 후배가 반론을 제기하는 걸 참지 못한다.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불편해 한다. 이들은 자신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인정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는다.
'참전용사형'은 '예전에는', '우리 때에는' 같은 말투로 자신의 무용담을 전설처럼 즐기는 유형이다. 자신이 한때 대단했다는 투로 과거를 미화하는 이야기를 습관적으로 반복한다. 시간이나 기회가 생길 때마다 무용담 늘어놓기를 즐긴다.
'나르시스형'은 자신의 현재 지위, 인맥, 학벌, 재산, 지식 등을 부각하면 잘난 체하는 맛으로 사는 유형이다. 동료나 후배, 타인에 대한 배려나 관심, 헌신은 없이 자기자랑을 위해 사람을 상대한다.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셔도 비싼 곳에서 마셔야 직성이 풀린다.
'독립투사형'은 개인사보다 일을 우선시하도록 강요하며, 사생활을 당연히 희생해야 한다는 스타일이다. 이들은 일과 단체생활을 최우선으로 강제하며 남의 사생활을 희생시키려 든다. 시도 때도 없이 야근을 시키면서 휴가를 막고 퇴근 후나 주말에도 업무 지시를 해 일하도록 만든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오너형'은 본업과 무관한 잔무를 시키는 공사구분이 없이 행동하는 스타일이다. 언행에 공사 구분이 희박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후배의 인생을 전세 낸 것처럼 본업과 무관한 개인적 심부름을 시키며, 상대를 '심부름꾼' 정도로 여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젊은 꼰대
젊은 꼰대도 있다. 직장인 2년차 K(31) 씨는 입사 초기 아찔했던 경험이 있다. 재수 끝에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한 그는 바로 위 기수 선배들과의 대면식에서 호되게 질책을 당했기 때문이다. 대면식 날 고교 1년 후배가 반가움을 표시하길래 알고 보니 그는 K씨보다 회사에 먼저 입사한 한 기수 높은 선배였던 것이다. K씨는 "반가움에 인사하고 악수를 청했는데 거부당했다"며 "선배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는 꾸지람까지 들었다. 그 후 선배는 K씨게 반말은 기본이며 종종 폭언도 했다. 또한, 복사하기, 커피 사 오기 등 잔심부름까지 시켰다. K씨는 "기수 문화가 있어 선배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건 이해하겠지만, 종처럼 부리는 행동에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K씨는 이어 "선배라고 무작정 시키고 후배를 심심풀이 샌드백처럼 생각하는 것에 열받는다"고 분개했다.
직장인 5년차 D(32) 씨는 같은 부서 선배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둘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부서 특성상 야근이 잦아 모 선배와 같이 야근하는 날이면 일은 하지 않고 놀다가 업무보고할 때 본인이 다 한 것처럼 가로채서 상사에게 보고하기 때문이다. D씨는 "선배는 일을 나에게 다 시키고 업무를 마무리할 때쯤 나타난다"며 "모든 공적을 본인 것으로 만드는 것에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며 분개했다. D씨는 이어 "선배는 본인의 행동이 꼰대질 인지 모르고 당당하게 행동한다"며 "직장 내 뿌리 깊이 자리 잡은 꼰대 문화에 허탈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한 대학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H(26) 씨는 양치질을 하던 중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 선배보다 먼저 입을 헹구었다가 버릇없다는 지적을 받은 경험을 털어놓았다. H씨는 "수간호사 등 고참 간호사보다 1, 2년 위인 선배의 꼰대질이 더 심하다"며 "진료 차트로 머리를 때리거나 쿡쿡 찌르는 건 기본"이라고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해결책은 세대 간 '소통'
영남대 사회학과 허창덕 교수는 세대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꼰대 문화가 워낙 팽배하다 보니 무슨 얘기만 나오면 꼰대질이라고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위 세대의 경험이 다음 세대에 전승되는 것은 시대 변화와 관계없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그러나 꼰대질에 지친 사람이 워낙 많아 누군가 충고하면 반발감부터 드는 경우가 많다"면서 "충분히 들을 만한 얘기조차 꼰대질로 희화화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전통적(보수적) 가치와 젊은세대의 현대적 가치는 각기 의미가 있어 상대의 가치를 존중해야 해결된다고 말했다. "기성세대는 후배세대에게 훈계하지 말고 그 세대 삶의 조건에 맞는 가치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진정성 있게 강요보다 부드러운 화법을 사용해야 한다. 후배세대는 위 세대의 삶과 역사가 녹아난 기성세대의 가치를 존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세대 간의 소통은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소통'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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