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이스 피싱 범죄, 국가 차원의 대책 세워라

입력 2019-06-08 06:30:00

전화 사기(보이스 피싱) 범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면서 피해자와 피해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 1분기 피해액만 1천5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대로라면 올 한 해 전체 피해액이 6천억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보이스 피싱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조차 그 수법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경찰력만으로는 보이스 피싱 범죄를 근절하기가 힘들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국내 보이스 피싱 범죄는 지난 2006년 처음 등장해 지난해까지 누적 피해액이 1조5천억원에 달했다. 2016년 1천924억원이던 피해액은 2017년 2천431억원, 2018년 4천440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4만7천743명이던 피해자도 올해는 5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아무리 보이스 피싱 범죄 예방을 당부하고 범인 검거에 나서더라도 범죄 조직은 이를 비웃듯 진화하고 있다.

특히 보이스 피싱 범죄는 신규 대출이나 저금리 대출 전환이 가능하다는 '대출 빙자' 혹은 '대출 갈아타기'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개 유출된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제2금융권 대출자들을 표적으로 노리기 일쑤다. 대다수 서민인 피해자들을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의 나락으로 밀어 넣는다.

범죄 조직은 검찰이나 경찰, 금감원 등 국가 기관을 사칭하는데 이 역시 일반 서민들로선 속수무책이다. 최근에는 '팀 뷰어' 등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도록 해 범죄 조직이 마음대로 피해자의 은행 정보를 넘나들 수 있도록 한 수법도 만연하고 있다.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범죄 수법을 알리고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경찰에 빨리 연락하라는 정도로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경찰력만으로 보이스 피싱 범죄를 막을 수 있었다면 피해액과 피해자 수가 지금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보이스 피싱은 사회안전망을 무너뜨리는 악성 범죄다. 지금처럼 두면 그 피해는 더 확산될 것이다. 검찰과 경찰, 금감원, 금융기관 등을 망라하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하루가 급하다. 이야말로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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