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기차역으로 떠난 봄소풍

입력 2019-05-10 18:30:00

기차 보겠다 나선 왜관역 소풍길... 시끄러운 쇳소리만 내며 지나간 기차
왜관역 앞을 지날 때마다 떠오르는 50년 전 기억, 빙그레 번지는 웃음

1968년 봄소풍에 나선 성주 선남초교 6학년 학생들이 왜관인도교를 건너고 있다. 기차를 직접 보겠다며 나선 학생들은 왜관역을 향하는 중이다.
1968년 봄소풍에 나선 성주 선남초교 6학년 학생들이 왜관인도교를 건너고 있다. 기차를 직접 보겠다며 나선 학생들은 왜관역을 향하는 중이다.

고령군 다산면에 살고 있는 정성필(64) 씨가 연 타임캡슐이다. 1968년 성주 선남초교 6학년 학생들의 마지막 소풍 추억이 담겼다. 왜관인도교 위를 걸어가는 학생들의 사진이다. 다음은 정 씨의 기억이다.

"초등학교 마지막 소풍을 뜻있는 곳으로 가 좋은 추억을 남기자며 6학년 2개 반 학생 전체, 153명이 한 자리에 모여 소풍 장소를 정했어요. 가장 많은 친구들이 왜관역을 꼽았죠. 기차를 가까이에서 한 번 보고 오자는 거였어요."

선남초교에서 왜관역까지는 20km. 왕복 40km 거리로 백릿길이었다. 13세 아이들에게 쉽지 않았을 거리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이 기차 구경 한 번 못했기에 가능한 소풍 장소였다. 이어지는 정 씨의 기억이다.

"오도동, 문방동을 지나 도고산 산모퉁이를 돌아 낙동강변에 도착했을 때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있었어요. 보통 소풍이었다면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려 먹기 바빴겠지만 그날은 달랐어요. 기차 바퀴는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몇 개나 되는지, 기차 길이는 얼마나 되는지. 모두들 기차 이야기만 하기 바빴어요."

마침내 도착한 왜관역. 학생들은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며 철길둑에 모여 앉아 있었다. 드디어 기차가 역으로 들어온다는 신호가 왔다.

그런데 "와! 기차가 온다"하며 환호성을 지르는 순간 기차는 학생들 앞을 휙 지나가고 말았다. 왜관역에 서지 않는 기차였던 것이다. 요란한 쇳소리만 컸다. 다시 이어지는 정 씨의 말이다.

"제대로 볼 수 없었죠. 서둘러 집으로 가자는 선생님 말씀은 왜 그리 서운하던지. 그래도 우리는 기차를 본 것이 한 동안 큰 화제 거리였어요. 요즘도 왜관역 앞을 지날 때마다 그 시절이 생각나 빙그레 웃으며 지나가곤 합니다."

※'타임캡슐'은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 역사가 있는 사진 등 소재에 제한이 없습니다. 사연이,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라면 어떤 사진이든 좋습니다. 짧은 사진 소개와 함께 사진(파일), 연락처를 본지 특집기획부(dokja@imaeil.com)로 보내주시면 채택해 지면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소개는 언제쯤, 어디쯤에서, 누군가가, 무얼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채택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사진 원본은 돌려드립니다. 문의=특집기획부 053)251-1580.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