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인생 2막] 연기 매력에 푹 빠져 사는 이수연 씨

입력 2019-05-06 18:00:00

연기하는 재미에 푹 빠진 이수연(74)씨.
연기하는 재미에 푹 빠진 이수연(74)씨.

이수연(74) 씨는 요즘 연기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연기를 시작한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시간만 나면 대사와 노래, 춤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연습해본다. "아직은 서툴지만 재미있어요. 적성에도 맞고요. 조금만 더 연습하면 좀더 큰 무대에서 연기를 펼쳐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호호호…"

이 씨는 2016년 창단한 행복북구문화재단 '청춘어울극단' 의 창립멤버다. 이 씨는 "연기하는 것이 이렇게 가슴 설레고, 즐겁고, 행복한 줄 몰랐다"고 했다. 3년 동안 '울고넘는 박달재'를 비롯해 전통마당극 '배비장전', '시집가는 날' 등에 출연했다. 요즘은 오는 29일 오후 8시 구암서원에서 공연할 '내 사랑 애랑'를 연습하고 있다. '내 사랑 애랑'은 기존 연극 '배비장전'을 풍자와 해학적 재미를 배기 시킨 연극이다. "오프닝부터 클로징 장면까지 단체로 합이 맞아야 하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연기 지망생이었다. 어려서 노래를 곧잘 해 가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집안 어른들이 '딴따라는 안 된다'며 극구 말려 포기했다. 결혼 후 꿈을 포기할 수 없어 30대 후반에 탤런트시험에 응모하기 위해 몇 개월 동안 대구와 서울을 오가는 등 발버둥쳤지만 접었다. "내가 없는 동안 아이들이 어긋나거나 안 좋은 일이 발생할까 걱정이 돼 그만뒀다"고 했다.

30여 년 뒤,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북대구IC가 가까운데 잘못해 칠곡IC로 들어왔다. 북구어울아트센터를 지나는데 이 씨의 눈에 한 플래카드가 들어왔다. 지역 거주 50세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청춘어울극단' 단원을 모집한다고 내용이었다. "보는 순간 온몸이 전율이 느껴졌다. 차를 세워 바로 사무실에 들어가 원서를 접수해 최고령으로 합격했습니다. "

단원 가운데 70대는 이 씨가 유일했다. 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연극을 할 때는 그냥 말을 내뱉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감정을 담고 말의 '맛'을 살려야 했다. 또 연기에 있어 정확한 대사전달을 위해 입모양도 중요했다. "입모양을 위해 볼펜을 입에 물고 대본을 읽는 연습을 했다"며 "그렇게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계속하다 볼펜을 빼고 읽어보면 달라진 자신의 발음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무대에서 배우가 대사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발음 못지않게 발성이 중요했다. 복식호흡을 이용한 발성법도 배웠다. "어렵지 않았어요. 무대 오르면 몸이 굳거나 긴장이 되는데 저는 떨리지 않았어요. 무대 체질인가 봐요 호호호…"

이 씨는 대본을 받아들면 곧바로 연습에 들어간다. 대사를 녹음해 이어폰을 끼고 듣고 또 듣는다. 밤을 새워 연습할 때도 있다. 그래도 이 씨는 즐겁다고 했다. "연기를 하면 살아 있음을 느낀다. 배역이 중요한 것 아니다. 주어진 역에 만족한다. 그래서 대본을 외우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늘그막에 연기를 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게 하다"고 했다.

이 씨는 요즘 욕심이 생겼다. 지금보다 조금 더 큰 무대에 서고 싶고, 기회가 닿는다면 TV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꼭 해보고 싶어요.

이 씨의 뒤늦은 도전에 남편과 아들딸, 손녀도 적극 지지를 보낸다. "남편도 젊었을 때 못한 것 맘껏 하라고 하고, 딸은 의상·화장을, 손녀는 시간만 되면 따라다니며 응원한다"고 했다.

이 씨가 속한 청춘어울극단은 찾아가는 공연도 펼친다. 요양원이나 노인회관, 복지관 등 문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문화 생활을 느끼게 해준다. 이 씨는 "늘그막에 이런 기회 줘 너무 감사하다. 연기를 시작한 뒤부터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며 연신 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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