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여원(6)양은 뾰족머리손발가락붙음증(아페르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 병은 신생아 6만5천 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위로 삐죽 솟은 머리에다 손·발가락이 물갈퀴처럼 붙은 채 태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병을 앓았던 지체 장애인 아빠는 자신으로 인해 여원이까지 병을 갖고 태어난 것에 대해 항상 가슴 아파했다. 아빠가 여원이의 치료와 양육에 누구보다 큰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그 떄문이었다.
그런 아빠가 갑자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여원이와 엄마는 앞날이 막막할 뿐이다. 엄마 흐아티 검로안(27)씨는 아직 한국말이 서툰데다, 아무리 혼자 기를 쓰고 일해도 아이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경북 영양군에서 서울까지 검진에만 꼬박 하룻 길
여원이는 2013년 태어나자마자 두개골 유합증 진단을 받았다. 머리뼈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고 꿰매 놓은 것같이 서로 엮어져 있어 뼈를 늘려주는 골신장 수술을 받았다. 이 밖에도 손·발가락 분리수술, 피부 이식, 코 성형 등 관련 수술을 열 차례 이상 받아야 했다. 지금껏 이런 수술은 다행히 영양군청과 아동보호기관의 지원을 받았고 현재는 회복 중이다.
그러나 여원이는 아빠와 같은 지적장애를 앓을 가능성이 많아 앞으로도 세심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또 두 눈이 돌출하고 눈 사이가 심하게 벌어지는 상황인 데다, 아직 손가락과 발가락이 제대로 분리되지 못해 수차례 추가 수술도 진행해야 한다.
여원이는 일주일에 세 번 안동에서 손·발가락 분리 재활 치료를 받지만 이 외에 다른 검진과 치료는 힘들다. 신체 골격 기형 외에도 심장, 위장, 뇌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이 질환의 특성상 대형병원 전문의 다수의 협진이 필요한 탓이다.
대중교통을 타고 영양에서 안동을 거쳐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까지 가는 데만 한나절이어서 가뜩이나 몸이 아픈 예지는 이미 녹초가 된다. 여관에서 하룻밤 묵기라도 하면 치료비와 약값을 제외한 경비만도 30만원이 들어 큰 부담이다.
흐아티 씨는 "예전에는 애 아빠가 항상 병원까지 데려다줬었다"며 "이젠 애를 돌봐줄 사람도 없고, 경비 마련도 부담스러워 올해는 지난 21일을 끝으로 서울 정기 검진을 받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낮에는 청소, 밤에는 식당 일로 생계비 마련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여원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던 아빠는 지난해 11월 산에서 실족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흐아티 씨는 아직도 남편을 잃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남편이 평소 산에 가는 것을 무척 싫어해 시어머니가 산나물을 캔다고 해도 같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며 "어딜 가면 항상 전화하거나 미리 알려줬는데 왜 그날 산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는지 이유도 정확히 모른 채 장례를 치러야 했다"고 울먹였다. 여원이는 아직 아빠가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났단 사실을 알지 못한다.
흐아티 씨는 여원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매일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지역 복지회관에서 청소일을 한다. 오후 3시부터 9시 30분까지는 식당일을 하면서 월 150만원을 벌지만 여원이 치료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엔 늘 역부족이다.
그는 베트남 출신으로 아직 한국 국적도 취득하지 못한 상태다. 귀화 시험을 치려면 한국어 등 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도저히 공부할 시간을 내기 힘들다.
한푼 두푼 늘어난 빚은 어느새 1천 500만원으로 불어났다. 흐아티 씨는 "계속 영양에서 여원이를 잘 키우고 싶다. 여원이가 건강하게 크는 것만이 유일한 꿈"이라며 여원이를 꼭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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