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손가락 절단 12시간 지나도 수술 가능…서두르지 말고 수지접합 전문병원으로

입력 2019-05-14 08:52:44 수정 2019-05-14 19:08:07

떨어져 나간 부위 식염수로 세척하고 거즈에 싸야…물, 얼음에 직접 닿으면 조직 손상 주의

3세 남자아이 사고 당시 X레이 사진.

프레스기, 절단기, 전기톱 등을 다루는 산업현장에서 자칫 주의를 잃다보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일상생활 중에도 칼에 베이거나 문틈에 끼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급박한 상황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당황하고 서두르다 보면 아무 병원을 찾아 시간을 보내거나, 대학병원에 가도 전문의가 없어 적절한 수술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절단된 손가락을 잃게 될 수 있다. 지난달 중순 제주도에서 손목과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대구로 긴급 이송된 경우도 제주도 병원에서 미세수지접합수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손가락이 절단되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면 절단된 부위를 잘 보관하고 적절한 응급처치 후,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수지접합 전문병원으로 바로간다면 접합수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절단된 손가락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손가락이 절단되면 6시간 안에 접합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전의 일반적 견해였다. 하지만 지난 2015년도에 이를 뒤집는 연구 결과가 대구 W병원 의료진에 의해 나왔다. 우상현병원장 등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의료진이 발표한 논문 '인위적으로 연기된 수지 재접합술'에 따르면, 손가락 절단 시 떨어져 나간 부위를 보관만 잘 하면 12시간 또는 그 이상 시간이 지나도 수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 이 논문은 미국 수부외과학회지에 실리기도 했다.

근육이 포함된 절단손상의 경우에는 '골든타임' 6시간 안에 수술이 필요하지만, 병원 접근성이 좋은 국내 여건상 절단 부위를 적절한 방법으로 보관만 잘한다면 12시간이 지나도 수술 결과에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W병원 유명재 과장은 "한밤중이나 새벽에 절단 환자를 수술하기보다 환자의 바이오리듬에 맞춰 아침에 수술해도 수술 성공률에 차이가 없고, 접합수술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 보다는 전문가에 의해 혈관과 신경을 얼마나 정확하게 봉합하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손가락 절단사고 발생시 급박한 마음에 여러 병원을 찾아 헤매지 말고 '수지접합 전문병원'으로 바로 가는 것이 좋다.

수지접합 수술은 신경 한 가닥을 놓치면 손끝 감각이 돌아오지 않고, 혈관 연결이 잘못되면 부분조직괴사 또는 절단부위 전체 괴사로 진행되어 접합 부위를 재절단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수부외과 세부전문의(손에 대해 더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전문의)가 항상 대기하고 있는 '전문병원'으로 바로 가는 것이 좋다. 특히 수지접합 전문병원에는 이차적인 합병증을 치료하거나 수술 실패 시 손가락을 재건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어 더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수지접합 전문병원'은 대구, 부산, 인천, 경기도 부천에 있다. 특히 대구의 W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지접합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W병원은 수지접합 전문병원의 인증 기준이 될 정도로 다양한 사례 확보와 경험이 많은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으며, 국내외 의사들이 연수를 받기위해 방문하고 있다.

◆손가락이나 신체 등 절단 사고 시 대처

갑작스러운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응급처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접합수술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많은 사람들이 절단된 손가락을 물에 담궈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먼저, 손가락의 절단 부위는 소독이 잘 된 압박붕대로 지혈을 해줘야 한다. 압박 후에도 출혈이 계속된다면 부위 상단을 추가로 압박한다. 출혈 부위를 누르고 심장보다 높이 들어주는 것이 지혈에 효과적이다.

다음으로 떨어져 나간 조직은 손상되지 않게 생리식염수로 세척하고, 식염수를 적신 거즈나 손수건으로 감싼 뒤 방수가 되는 비닐(지퍼락 같은 봉지)에 넣는다. 비닐을 얼음이 채워진 플라스틱 상자에 넣은 뒤 신속하게 수지접합 전문병원으로 간다.

이때 절단된 손가락이 물이나 얼음에 직접 닿으면 조직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직접적인 접촉은 피해야 한다. 만약 세척이 힘들다면 그대로 병원에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간혹 우유에 담그거나 소독약을 바르는 경우, 얼려서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방법은 절단된 손가락에 돌이킬 수 없는 조직 손상을 일으킨다.

◆수술과 관리 및 재활치료는?

환자가 수지접합 전문병원에 도착하면 절단으로 떨어져 나간 손가락은 접합수술을 할 때까지 생리식염수에 적신 거즈에 싸서 4℃에 냉장보관한다.

접합수술 전 환자는 초음파장비를 이용해 팔의 액와신경차단술을 시행하고, 수술이 시작되면 먼저 오염된 조직을 절제하고 절단면을 미세 현미경으로 관찰, 혈관 연결이 가능한 동맥을 확인한다. 핀(K-강선) 또는 철사로 골(骨)고정을 하고 미세 현미경을 통해 머리카락 굵기보다 얇은 실을 이용해 동맥과 정맥 그리고 신경을 연결한다. 만약 동맥 손상이 심해 두 곳을 연결하는 길이가 짧은 경우 손바닥이나 손목에서 정맥을 가져와 손상된 동맥을 대신해 이식한다.

접합수술을 마친 뒤엔 접합부위에 피가 잘 통하는 지는 진찰한다. 피부색, 체온 측정, 팽압 과 동맥 순환 감시를 통해 확인한다. 만약 피가 잘 통하지 않으면 응급으로 탐색술을 시행해 원인이 되는 부위를 찾아 혈관을 다시 연결해야 한다.

만약 부분 괴사가 일어났다면 피부이식이나 인접한 손가락 및 손바닥의 피부를 이용하여 결손부위를 덮는 피판술을 시행한다. 괴사 부위가 넓거나 길이 유지 등의 재건이 필요한 경우, 혈관까지 가져오는 유리피판술이 이뤄진다.

수지접합수술은 손가락 부위 피부부터 혈관, 뼈, 근육, 신경 등 복합적인 조직들을 모두 봉합하기 때문에 수술 후 기능이 바로 돌아오지 않는다.

재활은 접합수술 1주일 후부터 주변 관절 운동을 시작하고, 수술 3~4주에는 고정된 핀을 제거 후 다친 부위에 따라 재활 운동을 시작한다. 재활센터가 있는 병원에서 꾸준한 사후관리를 하는 것이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유명재 과장(정형외과,수부외과 세부전문의)

※손가락 접합수술 성공사례

3세 남자아이 수술 후 모습
3세 남자아이 사고 당시 X레이 사진.
50대 여성 사고 당시 X레이 사진
3세 남자아이 수술 후 모습

▶3살 남자 아이가 2016년 8월에 아파트 베란다 출입문에 손가락이 끼여 완전절단손상(조직과 혈관 및 신경이 완전히 분리된 절단 손상)으로 밤늦게 응급실로 왔고 바로 접합 수술을 시행. 접합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지금은 절단 부위 상처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회복.

50대 여성 수술 후 모습
50대 여성 사고 당시 X레이 사진
50대 여성 수술 후 모습

▶2018년 가을 50대 여성이 장작 패기를 도와주기 위해 나무를 잡고 있다가 도끼에 손가락이 절단. 응급실 내원 당시 손가락 두 개가 완전절단손상됐고, 손가락 한 개는 불완전절단손상(피부조직 일부는 연결되어 있지만 혈관과 신경이 절단된 손상) 상태였음. 응급으로 손가락 접합수술 후 적절한 재활 치료가 이어졌고, 현재는 일상 생활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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