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경주시 천관사탑 복원 '내 맘대로 식'

입력 2019-04-11 18:01:24

논란이 된 부재에 대한 진위 검토 외면
경주시, 무리한 복원 추진으로 도마에

석탑 부재와 관련한 논란이 일어 복원 공사가 중단된 천관사지 3층석탑. 김도훈 기자
석탑 부재와 관련한 논란이 일어 복원 공사가 중단된 천관사지 3층석탑. 김도훈 기자

경주시의 천관사지 3층석탑 복원(매일신문 10일 자 10면)을 두고 '내 맘대로 식 복원'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석탑 주요 부재가 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이미 지난해 초 제기됐지만 경주시는 관련 논의를 외면한 채 애초 계획대로 복원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주시는 "석탑 복원이 포함된 절터 정비공사가 논란 4개월 전 이미 발주 된 상태였고, 논란 이후에도 전문가로 구성된 지문회의를 수차례 거쳐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문회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논란이 된 부재의 진위에 대한 검토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된 석탑 부재는 3층 지붕돌이다. 경주시는 국립경주박물관 마당에 전시된 팔각옥개석(지붕돌)을 천관사지 탑 부재로 봤다.

반면 한정호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지난해 2월 논문을 통해 이 지붕돌은 "천관사지 탑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두 주장의 근거는 모두 지붕돌 아랫부분에 새겨진 연화문이다. 2015년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일제강점기 조사 자료를 찾아내기 전까지 학계는 천관사지탑 지붕돌 아랫부분이 당대 석탑의 일반적 모습인 계단형일 것으로 추정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이 자료에서 석탑 1층 지붕돌에 연화문이 새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연화문이 있는 경주박물관 팔각옥개석을 천관사지 탑 부재로 추정했고, 경주시는 이를 근거로 복원을 추진했다.

반면 한 교수는 일제강점기 조사 당시 사진을 제시해 "두 지붕돌의 연화문은 그 모양과 볼륨감이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해왔다.

경주시 교동 천관사 터(사적 제340호)에 복원 중인 천관사지 3층석탑이 서 있다. 석탑 복원공사는 부재와 관련한 논란이 일어 지난해 말 중단된 상태다. 김도훈 기자
경주시 교동 천관사 터(사적 제340호)에 복원 중인 천관사지 3층석탑이 서 있다. 석탑 복원공사는 부재와 관련한 논란이 일어 지난해 말 중단된 상태다. 김도훈 기자

경주시는 논란 이후 4차례 자문회의를 가졌지만 해당 부재의 진위에 대한 검토는 없었다. 지난해 4월 9일 자문회의에서 '경주박물관 옥개석과 사진 속 옥개석을 참고해 연화문을 조각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기는 했다. 큰 차이를 보이는 두 문양을 절충해 제작하라는 이 언급은 원형 복원을 위한 노력과는 거리가 먼 대목이다.

연화문과 관련한 논의는 같은 해 10월 8일까지 이어졌다. "발주가 된 상태여서 되돌릴 수 없었다"는 경주시의 해명과 달리 논란 이후 최소 8개월 동안은 탑 제작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한 교수는 일제강점기 조사 이후 자취를 감췄던 천관사지탑 2층 몸돌(탑신석)이 동국대 경주캠퍼스 박물관 마당에 있는 석조물이란 점도 밝혀냈다. 경주시도 이 사실을 파악했지만 해당 부재를 활용하지 않고 새로 제작해 복원했다.

한정호 교수는 "잘못된 판단은 원형을 해치고 역사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문화재 복원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도 모자랄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