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초강경 이민정책 주도, 33세 백악관 실세 '밀러' 주목

입력 2019-04-09 17:25:13

국토안보장관 경질과 추가 숙청 막후 역할…견제·균형추 사라져 우려

커스텐 닐슨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경질 파문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주도한 33세의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 고문이 주목받고 있다. 밀러 고문은 백악관의 숨은 실세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정책 설계자로 막강한 '힘'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닐슨 장관 외에 국토안보부 추가 숙청의 배후자로 꼽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초강경 이민정책을 놓고 견해 차를 보인 닐슨 장관을 트윗 경질한 데 이어 8일 자신의 경호 책임자인 국토안보부 소속의 랜돌프 앨리스 비밀경 호국(SS) 국장을 해임했다. 후임 국장에는 비밀경호국 출신인 제임스 머리를 임명했다고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토안보부의 다른 고위 관료들을 더 쫓아낼 예정인 등 추가로 '숙청 작업'에 나설 것이며 밀러 선임 고문이 막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책 보좌 및 연설문 작성 등의 역할을 하는 밀러 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정책을 설계·입안·실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민 이슈에 관한 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가장 입김이 센 인사로 꼽힌다.

이민자들에게 적대적인 밀러 고문의 시각은 10대 시절부터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밀러 고문은 16세이던 2002년 지역지 '산타모니카룩아웃'에 기고문을 내 "매우 적은 수의 히스패닉 학생들이 우등반에 올라간다. 학교가 모든 공지를 스페인어와 영어로 적어 발표함으로써 영어를 못 하는 사람들에게 '목발'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1997∼2017)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세션스가 트럼프 대선 캠프의 좌장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트럼프 후보를 돕게 됐다. 미국 언론은 닐슨 장관 경질 외에 트럼프 행정부 들어 논란이 인 일부 '인사 파동' 배후에 밀러 고문이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

그는 이민정책 외에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반(反)나토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정책에 두루 영향을 끼치면서 미국 언론으로부터 '대통령의 귀를 소유한 사람', '트럼프 책사' 등의 별칭을 얻었다.

닐슨 전 장관의 퇴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던 인사들은 대다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됐다.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인사들은 사실상 자취를 감추고 '예스맨'만 남게 돼 충동적인 트럼프식 국정 운영이 더 큰 우려를 안기게 됐다는 얘기도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 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