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도전은 어디까지일까? 요즘 부쩍 인공지능이 사람 노릇을 하느라 바빠졌다. 몇 년 전에 바둑을 둔다며 이세돌을 이겨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인공지능 알파고. 어느새 의학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어 병원에서 의사 노릇을 하고 있는 인공지능 왓슨. 이뿐만 아니라 사람의 창의성의 결실인 예술분야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벌써 음악을 작곡하는 인공지능과 화가 인공지능이 등장하였다. 얼마 전에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경매에서 5억원에 팔린 것을 보면 그냥 유치한 그림을 그린다고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와중에 인공지능이 의료기기가 되었다는 소식도 함께 들려온다.
의료기기라 하면 병원에서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를 보기 위한 초음파기기나 MRI(엠알아이)나 CT(씨티)와 같은 의료영상기기가 생각난다. 이처럼 건강검진이나 질병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기기를 의료기기라 한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의료기기가 되었다니. 도대체 어찌된 사연인지 들여다보자.
◆의료기기가 된 인공지능
공식적으로 의료기기라고 인정받은 인공지능이 2018년에 처음으로 미국과 우리나라에 등장했다. 의료기기는 일반 제품과 달리 기업체에서 만든 후에 식약처의 허가를 받고나서 팔 수 있다. 사람의 질병 진단과 치료에 사용되기 때문에 팔기 전에 안전한지 확인한 후에 식약처에서 허가를 내준다. 뷰노 기업체가 개발한 '뷰노메드 본에이지'가 2018년 5월에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가 되었다. 이것은 X-ray 영상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분석해서 뼈나이를 진단해주는 소프트웨어인데 2등급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다. 이를 통해서 의사가 성조숙증이나 저신장증 등을 진단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처럼 요즘은 손에 잡히지도 않는 소프트웨어나 인공지능이 의료기기로서 개발되고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국내 두 번째와 세 번째 인공지능 의료기기도 2018년에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루닛 인사이트'와 '제이비에스-01케이'가 그 주인공이다. 루닛 기업체가 개발한 루닛 인사이트는 단순촬영한 X-ray 흉부 영상을 분석하여 의사가 폐결절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다. 그리고 제이엘케이인스펙션 기업체가 개발한 제이비에스-01케이는 환자의 뇌 영상(MRI)과 심박세동 발병 유무 자료를 이용하여 뇌경색 패턴을 제시해주는 소프트웨어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8년 4월에 인공지능 의료기기를 처음으로 허가했다. 눈의 망막 영상으로 당뇨 합병증을 진단하는 의료기기(IDx-DR)인데 미국 기업 아이디엑스(IDx)가 개발했다. 일본에서도 내시경 화상을 이용하여 대장의 용종을 찾아내는 인공지능 진단시스템이 처음으로 2018년 12월에 승인을 받았다. 이것은 나고야대와 쇼와대 및 사이버넷시스템이 공동 개발한 것으로서 6만장 정도의 대장 내시경 사진을 학습하여서 악성 용종을 98%의 정밀도로 판별하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 의료기기는 이제 막 등장한 신기술이다. 그렇지만 우후죽순처럼 세계 곳곳에서 앞으로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과 함께 나란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눈부시게 성장하는 인공지능 의료기기
인공지능을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컴퓨터 프로그램이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 컴퓨터 프로그램과 다르게 사람의 사고체계인 인지, 학습, 추론, 판단 등을 하도록 만들어진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다.
최근 정보기술(IT)과 헬스케어 기술이 급성장하는 것에 더해서 인공지능 기술까지 접목시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 개발이 급속도록 발전하고 있다. 구글은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당뇨병성 눈 질환을 진단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애플과 데스컴은 공동으로 지속혈당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국내 기업인 래디센이 개발한 의료용 엑스레이를 판독하는 인공지능 솔루션도 있다. 이것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오지 마을과 같이 병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폐결핵을 진단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혁신과 안전이란 두 마리 토끼
인공지능이나 소프트웨어를 의료기기라고 말하는 개념 자체가 생긴 것이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래서 기존의 의료기기법에 '의료기기'라는 정의에는 인공지능이나 소프트웨어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벌써 인공지능 의료기기가 개발되어 세상에 나왔는데도 말이다.
인공지능이나 소프트웨어 기반 의료기기와 같은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의료기술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관련 법과 규정을 정비하여 첨단기술이 접목된 신제품이 빨리 출시되어 사용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실을 묶어서 바느질을 할 수는 없다. 이처럼 아무리 기술의 발전속도를 현행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사람에게 사용하는 의료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제대로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인공지능이나 소프트웨어와 같은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의료기기가 개발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의료기기법' 개정안 대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오제세 의원의 대표 발의에 의해 만들어져 2018년 11월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료 분야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이나 소프트웨어는 모두 의료기기일까? 이에 대한 논란이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식약처에서 2017년 11월에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는데 여기에 보면 어떤 것이 의료기기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식약처는 환자 맞춤으로 질병을 진단, 치료, 예방하는 의료용 소프트웨어는 의료기기에 해당되고, 일상생활 속 개인 건강관리나 의료정보와 문헌 등에서 치료법을 검색하는 소프트웨어는 의료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 무인 병원이 만들어지고 있다. 병원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기 위해서 의사와 간호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을 깬 것이다. 중국 핑안하오이성에 인공지능이 사람 대신 일하는 '1분 진료소'가 2018년에 생겼다. 이 1분 진료소는 진료소와 약품 판매기로 구성되어 있다. 인공지능 의사가 환자의 질환을 1차 진단해서 사람 의사에게 전달하면 외부에 연결된 사람 의사가 인공지능 의사의 진단을 승인하는 과정으로 진료가 이루어진다. 이 무인 진료소는 병원이 없는 시골 오지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한다. 중국 핑안하오이성은 1000곳 이상 무인 진료소를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의료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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